여행기

기록하는 방법은 사람 나름이지

by 바람 타는 여여사


여행은 재밌기도 하지만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피곤하기도 하다.

여러 가지 이유를 핑계로 숙소에 일찍 돌아올 때면 녀석과 나는 각자 침대에서 뒹굴뒹굴했다.

나는 대(大) 자로 뻗어 잤고, 녀석은 게임에 몰두했다.


잠이 오지 않던 어느 날, 게임하던 녀석을 쳐다보다가 툭 던졌다.


오늘 어디 다녀왔는지 기억하나?

당연하지.

그럼 함 적어봐라.

그래.


의외로 저항 없이 그러겠다고 한다. 노트를 꺼내려고 주섬주섬 일어나는데, 녀석은 촌스럽다는 표정으로 나를 힐끗 보더니 엄지 두 개를 이용해 스마트폰 화면에 빠르게 타자를 친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두 손가락은 쉴 새 없이 뭔가를 써 내려갔다.

뭐라고 썼는지 살짝 궁금하기도 했다.

조용히 일어나 사진을 찍었다.


여행의 핵심이 잘 드러났다.

어디를 갔고, 무엇을 먹었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솔직 담백한 여행기다.


너 너무 솔직하고 간단하게 쓴 거 아냐???

고모가 길게 쓰는 거야!!!


여행을 기록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른데, 굳이 내 기준을 들이밀다니...

일부러 몇 번 티격태격하다가 멈췄다.


가끔은 녀석의 하루처럼 단순하게 살고 싶은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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