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제비꽃이 피기 시작하면 봄나물 할 때가 온 것이다. 날마다 봄나물을 맛보고 있다. 굳이 들에 나가지 않고 텃밭에서 쑥과 냉이, 돌나물을 캔다. 겨우내 굳어 있던 흙을 호미로 뒤집어야 하니 저절로 나물캐기가 된다. 냉이는 쉽게 뿌리가 뽑히는데 쑥은 저항이 심하다. 자그마하게 돋은 쑥 한 포기라도 뿌리는 깊게흙속을 파고들어 길게 이어진다. 보이지 않는 땅속에서 한없이 영역을 넓혀 가기에 온갖 곳에서 쑥쑥 올라온다. 그래서 이름이 쑥인가. 밭 주변에 돋은 돌나물은 줄기마디마다솜털 같은 뿌리가있어흙을살짝 잡고 있다. 줄기째 들어 올려 도톰한 송이만 톡톡 따고 저만치 나무 그늘 아래로 던져놓는다. 밭은 곤란하니거기서 자라라,일러둔다.
꽃다지와 제비꽃도 먹을 수 있는 나물이지만 그냥 두고 꽃을 보기로 한다. 산야초 도감을 보면 봄에 돋는 새잎 중 먹을 수 있는 게 생각보다 많다. 수영, 달맞이꽃, 범꼬리,물레나물, 고추나물, 미나리냉이, 노란장대, 봄나도냉이, 오이풀, 짚신나물, 괭이밥 같은. 눈에 띄면 조금 뜯어와 먹어 보기도 한다. 대개는 한두 번 맛보기로 끝난다.먹거리로 그리 알려지지 않은 건 까닭이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흔히 먹는 나물들은 특유의 향과 식감이 좋은 경우가 많다.쑥, 냉이, 달래, 민들레, 씀바귀, 개망초, 머위, 두릅, 취 같은 것들.그런 익숙한 나물은 맛도 보장되었고 성분 연구도 많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그래도 새봄이 되면 새로운 나물 하나 정도는 더 맛보고 싶어 진다.작년엔 단풍잎돼지풀을 먹어보았다.길가와 밭 주변에 너무 많이 나서 곤란한 식물이었는데 의외로 맛이 괜찮았다. 호박잎처럼 부드럽고 감칠맛이 있어 찌개와 무침에 어울렸다. 초록잎을 데치면 더욱 짙어지기에 갈아서 전을 부치거나 빵을 구우면 색도 맛도 특별한 요리가 되었다.
올봄엔 환삼덩굴 어린싹에 도전해 보았다. 환삼덩굴도 흙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무더기로 자라나는 식물이다. 특히 묵은 풀과 낙엽이 엉겨 있는 길섶에 모여 뾰족하니 돋아 있다. 색이 어둑한 편이라 서서 보면 잘 보이지 않는다. 앉아서 뾰족한 잎을 잡아 올리면 자줏빛이 살짝 도는 뿌리가 드러나며 쏙쏙 뽑힌다. 맛을 보면 조금 단맛이 느껴지고 싱그러워 무싹과 비슷하다. 인삼 향도 살짝 난다. 그래서 환삼인가. 검색을 해 보니 삼과다. 이로운 성분도 많아 율초라는 약재로 쓰인다고 한다. 조금만 자라면 가시가 돋아 손대기 어려워지니 어린잎을 취하는 게 좋다. 조금 자란 것은 차로 우려 마셔도 좋다고 한다.풀정리도 되니 일석이조다.
<환삼덩굴 새싹 비빔밥>
돌나물과 환삼덩굴 새싹을 씻어 준비해 놓고
삶은 병아리콩, 소금에 살짝 절인 무채와 함께 밥 위에 올려 올리브유나 들기름을 뿌리고 양념된장에 비벼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