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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해녀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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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여해 Jun 03. 2021

KBS 미니시리즈「어멍의 바당」

속터지는 비양도 해녀 3대 이야기

2018년 KBS 제주에서 만든 제주어로 된 드라마이다. 한 화는 20분, 총 12부작이고, 할머니-어머니-딸 3대로 이어지는 비양도 해녀 이야기이다. 제주 방송국으로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 2주년을 기념하여 제작하였다. 제주말은 자막이 없으면 알아듣기 어렵다. 최초로 제주어로 만든 드라마이다. 


연기나 드라마의 퀄리티를 기대하면 다 보기 어렵다. 약간 아니 꽤나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유튜브에서 12화 전체를 무료로 볼 수 있다. 

# 유튜브 「어멍의 바당」 1화 : https://youtu.be/WZUd6JDDc-Y




줄거리를 요악하면 다음과 같다. 

중산간 마을에서 가난한 해안 마을로 시집온 여인. 옛날에 해녀는 엄마 따라, 할머니 따라 물에서 스스로 크다가, 놀다가 그렇게 익숙해져서 물질을 하게 된다. 하지만 중산간 마을에 살았기 때문에 그런 경험이 전혀 없지만, 가난한 집에서 여인이 경제 활동을 해야 되기에 시어머니에게 물질을 배우며 늦깎이 해녀가 된다. 물질, 밭일, 집안일이라는 노동에 시달리는 ‘쉐로 못 나난 여자로 낫쥬(소로 못나니까 여자로 태어났지 라는 뜻의 제주속담)’. 그래서 임신이 되자 독이 든 해녀콩을 먹어 유산을 시도하였으나 유산은 되지 않고 장애아가 태어난다. 

역시나 생기는 궁금증! 남자는, 남편은 도대체 뭐하는데? 해녀 서사엔 항상 무능력한 남성이 나온다. 젊을 때 뱃일을 하다 몸을 다쳐 일을 못하는 사람으로 나온다. 그냥 일만 못하면 괜찮으련만, 계속 사기를 당해 자기 엄마와 아내가 목숨 걸고 벌어온 돈을 매번 홀라당 날리는 역할이다. 그럼에도 엄마와 아내는 사랑으로 품어주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로 나온다. 

둘째 딸인 주인공은 자기처럼 살지 말라고 열심히 공부시켜 서울에 보냈고, 성공한 방송국 기자가 된다. 기자로서 해녀를 취재하러 제주로 내려오고, 그 과정에서 8살 때부터 물질을 한 할머니, 상어에 물린 적이 있는 할머니의 흉터, 그리고 노령에 물질을 하다 위험한 상황에 처하는 상황을 보게된다. 그리고 늦깎이 해녀로 상군으로까지 올라가 활발한 활동으로 집안을 일으킨 며느리 즉, 주인공의 엄마는 집안을 위해 개고생하면서 위암을 방치하다 죽는 걸로 나온다. 

서울에서 기자 생활을 하던 주인공은 비양도로 들어가서 해녀가 되기로 결심한다. 서울에서의 기자 생활을 버리고 비양도로 이사 온다. 어린 시절 소꿉친구인 (역시나 뭐 하는지 알 수 없는) 남자와 결혼을 암시하는 듯하며 끝난다. 




주인공이 왜 해녀가 되기로 하는지가 명확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이제야 어머니와 할머니의 삶을 이해하게 되어서? 집안에 경제 활동을 할 사람이 없어서? 정말로 어머니의 딸이라면 어머니의 뜻이었던 ‘나처럼 살지 말아라’를 온몸으로 실천하는 삶이 옳았다. 그림을 만들기 위해 돌아가신 어머니의 해녀 자리를 대신하는 똥군 해녀가 되는 것 같으나 보는 이를 설득하기엔 많이 부족하다. 




해녀 서사엔 이렇게 속 터지는 스토리가 많다.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의 삶이 기구하다. 그 와중에 해녀학교에서 귀덕2리 해녀회장님이 오셔서 하셨던 말들이 자꾸 떠오른다. ‘남자가 제일이야. 남편을 최고로, 아들을 최고로 여기고 살아.’라고 반복적으로 말씀하셨다. 78세의 연세의 할머니의 말씀이라 가만히 들었지만, 옆에 있던 언니 한 분이 넌지시 말씀하신다. ‘속 터지죠? 저도 여기 와서 일은 자기들이 더 많이 하면서 저런 말하는 거 보고 처음엔 화났는데, 이제는 그러려니 해요.’ 지독한 세뇌일까? 이 역시 ‘보존해야 할’ 그들의 문화로 여겨야 할까?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고, 아름다운 당신이 훨씬 소중하다고 그분들의 생의 반도 안 산 내가 감히 말씀드릴 수 있을까. 인류 무형 문화 ‘유산’이 된 그녀들 이건만,  ‘좀녀 아긴 사을이민 골체에 눅져뒁 물질혼다 (해녀 아기는 사흘이면 삼태기에 눕혀놓고 물질한다는 뜻의 제주 속담)’처럼 자기 한 몸 챙기지 못한다. 사람이 아니라 노동력으로 사는 것 같아 그냥, 너무 속상하다. 




# 동아일보 <제주 고유 방언으로 그려낸 제주 사람들 이야기> : https://www.donga.com/news/Culture/article/all/20180530/90311732/1


# 피디저널 <한땀 한땀 가내수공업으로 찍어낸 제주어 드라마> : http://www.pd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62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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