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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해녀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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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여해 Jun 03. 2021

해녀 로맨스 영화 :「인어공주」

My mother the mermaid



해녀학교를 다니며 해녀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더욱 늘리기 위해 해녀 관련 영상 자료들을 적극적으로 탐하기 시작하였다. 그중 첫 번째가 전도연이 엄마이자 딸 역할을 했던 영화「인어공주」였다. 내가 해녀에 관해서 본 영상으로는 유일했고, 그래서 이를 시작으로 잡았다. 이제는 더 이상 해녀일을 하지 않는 이가 목욕탕에서 가래를 톼악 뱉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 있는 영화였다. 


영화는 사실 해녀를 조망하는 의미보다는 로맨스, 판타지 영화이다. 한 명의 배우가 딸이자 엄마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영화 「클래식」을 떠올리게도 한다. 딸 김나영은 우도라는 공간에서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만큼 제주도는 육지에서 떨어진 공간인데, 제주도에서도 배 타고 들어가는 작은 섬 우도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을 정도의 판타지적인, 그리고 먼 곳이다. 


영화 촬영 장소 자체도 우도이고, 주인공 스무 살의 해녀였던 조연순 역시 우도에 산다. 영화에서 해녀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해녀들이 일하는 장면에선 숨비소리가 들리고, 연순이 기절하는 전복 채취 장면에선 숨이 모자라 다시 수면 위로 나갔다 돌아올 때 전복 위치를 표시하는 해녀들의 방식도 나온다. 또, 해녀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당시 제주 해녀들의 집과 생활상도 잘 보여준다.



영화 속 나이 든 조연순은 너무나 억척스럽다. 남이 버린 낡은 옷장을 주워오고, 500원짜리 삶은 계란 때문에 머리 드잡이 싸움도 한다. 이것은 해녀의 생활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바다로 출근해선 물질하고, 집으로 퇴근해선 밭일하고, 집으로 들어가선 집안일을 해야 했던 해녀들은 멀리 제주도 섬에만 존재하는 ‘해녀’가 아니라 바로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이다. 



빚보증을 서주고, 가계를 계속 기울게 만드는 김진국은 마치 제주도의 있는 듯 없는 듯 한 남성들을 떠올리게 한다. 김진국은 제주 출신이 아닌 것으로 나오는 것 같지만 말이다. 대체로 해녀들의 강인함은 남성들의 연약함과 대비되어서 많이 나오는 듯하다. 순수한 20살 소녀에서 20살 넘은 딸을 가진 ‘아줌마’가 되어 가는 과정에서 무능력한 남편이 한 몫했으니, 해녀들의, 여성들의 목숨에 기생하는 남성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맨스’ 영화이기 때문에 여전히 사랑하고, 추억하는 마무리로 끝난다.  




호남 사투리가 아니라 제주도 사투리를 썼으면 더 좋았겠다 싶은 아쉬움이 남지만, 제주도에서 본 제주도 사투리는 마치 외국어 같다. 육지 사투리와 다르게 표준어와 비슷한 점이 적어서 아마 실제 제주도 사투리였으면 아예 알아듣기 어려웠을 것이다. 


#영화리뷰 #영화_인어공주 #인어공주 #전도연 #해녀 #제주 #제주해녀 #우도 #우도해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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