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살, 스타벅스 매니저부터 퇴사까지의 이야기
지금 돌아보면, 성인이 된 이후의 나는
늘 남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걸어왔던 것 같다.
첫 시작은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3 때 진로를 정하고, 운 좋게 원하던 대학에
원하던 학과 합격해 그렇게 평범하게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부모님의 지원에서 벗어나
내 힘으로 돈을 벌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대학생들의 로망,
‘카페 아르바이트’를 시작해 보기로 결심했다.
많은 카페 중에서도 “이왕이면 제일 유명한 곳에서 일해보자” 싶어
집 근처의 스타벅스에 지원했다.
그런데 막상 면접장에 가보니,
뽑고 있는 건 아르바이트가 아닌 ‘정직원’이었다.
그때는 정직원과 아르바이트의 차이를 잘 몰랐다.
그래도 뭐 크게 다르겠냐며 일단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내 인생 첫 직장(?) 면접을 보고,
놀랍게도 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 당시 스타벅스는 대학생이었던 나에게
꽤 유연한 근무 환경을 제공했다.
(이때 이해심 많은 좋은 상사들을 만났던 덕분이니,
난 참 운이 좋았던 것 같다)
하루 5시간 근무,
휴게 30분, 월 8~10회 휴무.
수업이 있는 날엔 마감 근무를 하며
나의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엔 가볍게 시작한 일이었지만,
모두가 하나의 ‘직업인’으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진급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당시 나는 21살의 사회 초년생이었고,
함께 일하던 바리스타와 매니저, 점장들은
대부분 최소 27살 전후의 인생 선배들이었다.
이때의 스타벅스에서는 바리스타로 6개월 근무하면
매니저(슈퍼바이저)로 진급할 기회가 주어졌다.
나는 좋은 선임과 점장을 만나,
나는 6개월 만에 매니저로 진급했다.
(지금은 훨씬 어려워졌다고 들었는데,
나는 타이밍과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매니저가 되자 기본 근무시간이 하루 7시간으로 길어졌고
학교 생활과 병행하는 것이 점점 버거워졌다.
결국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을 결정했다.
작은 매장이었기에 부점장이 없었고,
시간이 흐르자 어느새 나는
점장 다음으로 오래된 선임이 되어 있었다.
22살의 나이에.
매니저로 일정 기간 근무하면
부점장 승진시험을 볼 자격이 주어졌다.
그 시절 스타벅스는 신세계 소속이었기에
부점장이 되면 ‘신세계 정직원’이 되는 길이었다.
첫 적성검사 날,
‘좋아 보이는 항목’에만 체크를 했다.
결과는 당연하게도 불합격
당연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줘야 하는데,
그저 ‘좋은 답’을 고른 것이다.
스타벅스는 한 매장에 일정기간 이상을 머무르지 않고
지역 내 매장 이동을 해야 되는 시스템이었다.
점장님은 어린 나를 배려해
가능한 한 내 발령을 늦춰주셨지만,
결국 이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연차가 오자
점장님이 막아주는데도 한계가 찾아왔다.
그렇게 첫 매장에서 2년을 보낸 뒤
씁쓸한 첫 불합격의 경험을 안고
정든 매장과 손님들을 떠나 옆 동네 매장으로 옮기게 되었다.
새로운 매장에서 다시 찾아온 부점장 시험의 기회.
이번엔 마음을 내려놓고 솔직하게 적성검사를 치렀다.
결과는 합격. 같이 지원했던 주위 사람들 중에 나만이.
다음은 본사 1차 면접이었다.
그 당시에는 1차만 통과하면
거의 합격이라는 말이 돌았던 때였다.
(2차에서 떨어지면 그만둬야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렇게 처음으로 정장을 사고,
엄마와 함께 서울로 올라가
메이크업도 받고 면접장으로 향했다.
면접장엔 나보다 훨씬 연륜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긴장 속에 면접을 마쳤고,
며칠 뒤 합격자 명단에서 내 이름을 발견했다.
꿈만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 2차 면접.
대표이사님을 비롯한 임원들이 직접 참여한다는 2차 면접.
하지만 이때의 나는 어리석게도 어린 마음에
이미 합격을 한 사람처럼
조금은 들뜬 마음으로 면접에 임했다.
‘여기까지 왔으니 떨어지겠어?’
하지만 그게 문제였다.
질문을 유심히 받던 다른 지원자와 달리
나는 간절하지 않은 표정으로 앉아 있었던게 아니었을까.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나에게는 ‘간절함’보다 ‘자만’이 더 컸던 것 같다.
결과는 불합격.
면접 탈락자는 3개월 후에 있는
다음 분기 시험에 응시하지 못하고
6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23살의 나는,
그 시간을 다시 반복할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2차에서 떨어졌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적잖은 충격이었다.
결국 퇴사를 결심했다.
그렇게 약 3년의 스타벅스 생활을 마무리했다.
부점장 시험에 떨어진 데에 대한
충동적인 결정도 없잖아 있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한 번 더 도전했었다면 결과가 어땠든,
아마 나는 지금처럼
‘다른 세계’를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막연히 품고 있던
‘일본에서의 삶’을 향해
1년이 채 되지 않는 시간을 준비한 후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3년간의 스타벅스 경험은
내 사회생활의 가장 단단한 밑거름이 되었다.
책임감, 리더십, 팀워크,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배우는 일까지.
그때의 나는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그 모든 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든 ‘첫걸음’이었다.
남들과 다른 방향이었지만,
그 길은 결국 나에게 닿는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