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당신과 왈츠를

by 여휘

나는 가끔 봄을 생각해요. 아직 바람이 차갑고 나무들이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있는 날에도, 어쩐지 마음 한편에서는 이미 봄이 시작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거든요. 아마도 그 계절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당신이 함께 떠오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봄은 늘 조용히 찾아와요. 아직 꽃이 피지 않았어도 공기가 조금 부드러워지고, 아직 잎이 나지 않았어도 빛이 조금 따뜻해지는 순간들이 있어요. 나는 그런 날이면 문득 이런 생각을 해요. 봄이 오면 당신과 왈츠를 추고 싶다고요.



왈츠는 조금 특별한 춤이라고 들었어요. 서로의 호흡을 맞추며 원을 그리듯 움직이는 춤이라고요. 한 사람이 앞서기도 하고 또 한 사람이 자연스럽게 그 흐름을 따라가면서, 어느 순간에는 누가 이끌고 있는지조차 잘 모르게 되는 춤 말이에요. 어쩌면 나는 그런 시간을 당신과 나누고 싶은지도 모르겠어요.


우리는 꼭 어디로 향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저 서로의 호흡을 느끼며 같은 속도로 걸어가기만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어느 순간 내가 당신을 따라 걷게 되어도 괜찮고, 또 어느 순간 당신이 내 발걸음에 맞춰 걸어도 괜찮아요. 어쩌면 그게 왈츠와 닮아 있어서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나는 봄을 기다려요. 꽃이 피어서도 아니고, 날씨가 따뜻해져서도 아니에요. 그저 당신과 함께 조금 느리게 걸을 수 있는 계절이 돌아오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그때 나는 아마 이렇게 생각하겠지요.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이 순간이, 내가 오래전부터 기다려 온 가장 조용한 왈츠일지도 모르겠다고요.


어쩌면 우리는 오래전부터 서로의 리듬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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