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에게 지는 것이 좋아요. 끝까지 버텨보려 마음을 단단히 쥐고 있어도, 당신 앞에 서면 그 마음이 먼저 스르르 풀려버리거든요. 마치 오래 들고 있던 방패를 내려놓듯, 괜히 세워 두었던 마음의 긴장이 조용히 풀린답니다. 그래서 나는 종종 생각해요. 내가 당신에게 지는 것이 사실은 패배가 아니라, 어쩌면 가장 편안한 방식의 선택일지도 모르겠다고요.
사람들은 대개 지지 않으려고 애쓰며 살아가죠. 조금이라도 더 강해 보이려 하고, 조금이라도 더 버텨보려 해요. 나 역시 그랬고요. 쉽게 마음을 내어주지 않으려고 했고, 쉽게 약해 보이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당신 앞에서는 그 모든 노력이 조금씩 의미를 잃어버리네요. 내가 지키고 있던 것들이 그렇게까지 단단할 필요는 없었다는 듯이요.
그래서 나는 가끔 당신에게 조용히 지고 말아요. 말다툼에서 지는 일도, 괜히 고집을 부리다 먼저 웃어버리는 일도, 끝내 마음을 먼저 내어주는 일도요. 그런데 그럴 때마다 이상하게도 마음이 가벼워지는 거 알아요? 마치 무언가를 빼앗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조금 더 편안해진 것처럼요. 더 사랑하는 사람이 져준다는 말처럼 그저 그럴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아마 당신에게 지는 일이 좋다는 말은 그런 뜻일 거예요. 내가 끝까지 버티지 않아도 되는 사람을 만났다는 뜻. 굳이 이기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은 마음을 알게 되었다는 뜻이요.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럴 때마다, 나는 조금 더 나답게 살아가고 있는 기분이 들어요. 어쩌면 사랑이란, 누군가에게 이기지 않아도 괜찮다고 느끼게 되는 순간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오늘도 나는 당신에게 조금씩 질 수밖에 없어요.
나는 당신에게 지는 것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