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요가 강사로 잘 먹고 잘 사는 고민
나의 6번째 회사인 우아한형제들 (배달의민족) 제휴협력실을 거쳐, 가치경영실을 지나, 퇴사한 지 어느덧 1년 6개월이 되었다. 회사를 나올 때 당시 근무지인 롯데타워 37층의 구름 전경을 몇 장 찍어두었다. 내 생에 다시 이런 좋은 근무 환경은 다시 못 와보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ㅎㅎ
놀랍게도 단 한순간도 37층의 구름 전경이 그리운 적은 없었다. 함께 일하던 사람들은 그리워 꿈에 나와 날 눈물짓게 했지만, 멋진 건물과 옷장을 가득 채웠던 내 소중한 정장들, 아끼지 않고 돈을 써 댄 씀씀이 같은 것들을 뒤로하고 온 것을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다.
지난 1년 6개월, 이렇다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살았다. 수업을 구하고, 수업을 준비하고, 수업하고. 이 세 가지로 구성된 삶을 바삐 굴려나가다가 이제야 잠시 한숨 돌리고 나, 이제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는가 고민해 본다.
일하는 것을 정말 좋아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사랑했다. 배민에서 내가 한 일은 외식업 사장님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방에 계시는 사장님들의 생존을 돕기 위한 프로젝트를 만들어내는 일이었다. 전국으로 출장 다니는 일상은 힘들기도 했지만 하나의 프로젝트를 온전히 맡아서 현실에 옮겨낼 수 있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20대 초반부터 나는 입버릇처럼 내 요가원을 차릴 거라고 말하고 다니곤 했는데,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돈을 몇 년 더 모은 후 퇴사하면 바로 요가원이 뚝딱 차려지는 걸까? 나는 왜 요가원을 하고 싶은 걸까? 정말로 내가 어떤 사람을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일까?
그리고 함께 일하는 선배들, 동료들을 보면 존경스러운 한편 그들의 건강을 보살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더 잘 일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온갖 통증을 끌어안고 사는 것으로는 안 될 텐데. 진정으로 일을 사랑하는 일들이 그것을 잘할 수 있는 상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고 싶었다.
이런저런 고민들을 하던 날들에, 모니터 앞에 앉아 화면을 켜는데 머릿속에서 쿵, 쿵 몸이 울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아무리 좋아 보이는 삶도 이 삶은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생각이라기보다는, 머릿속에서 너무 크게 울리는 목소리가 마치 화면에 텍스트로 비치는 듯했다. 나는 더 이상 내가 여기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게 되었고, 다음 스텝을 찾아 발리로 떠나기로 결정했다.
왜 발리냐고 묻는다면 그건 나도 잘 모른다.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들을 만한 코스를 찾다가 바이런과 폴의 파워요가를 알게 되었고, 바이런이 폭포 앞에서 핀차 마유라아사나를 하는 자세를 보고 나도 그만큼 힘을 기르고 싶었다.
발리에 가면 뭐라도 사업 아이템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요가 강사로는 어쨌든 먹고살기 힘들 테니, 인센스라도 가져와서 팔아야 하지 않을까 - 하는 생각을 하며 퇴직금을 털어 일단 결제를 한 것이다.
그리고 눈코 뜰 새가 없는 것은 물론, 코피까지 쏟게 만든 한 달간의 수련 끝에 - 나는 삶에 필요한 움직임과 명상을 안내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새로운 마음의 결심을 맺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어떤 수업, 어떤 특별한 수업은 인생의 중요한 계기가 된다. 누군가 혹은 스스로를 용서하는 시간이 되기도 하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기도 하고, 사업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리고 매 수업이 아주 특별하진 않더라도 장기적이고 일상적인 수련을 하는 일은 삶의 기반을 다진다. 체력을 기르고, 자신감을 채우고, 루틴을 만든다.
1년 반 동안 요가, 웨이트, 필라테스, 테라피, 명상 - 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수업을 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매 수업 특별한 시공간을 만들기 위해 애썼지만 또한 매 수업이 그러할 수 없다는 사실도 받아들였다. 내가 하고 싶은 것과 사람들이 하고 싶은 것이 다를 때 조율하는 방법을 배웠다. 공부하고 싶은 모든 것을 공부한 후에 수업을 준비할 수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모두의 몸이 다르다는 사실을 '정말로' 알게 되었고, 모두의 마음도, 또 표현 방식도 서로 다르다는 사실도 배웠다.
돈을 벌려면 수업 말고도 많은 일을 해야 한다. 좋든 싫든 나를 알려야 하고, 사람들의 피드백을 나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방법도 익혀야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사람들이 자신에게로 완전히 집중한 그 순간을 사랑한다. 그런 순간을 볼 때마다 이 일을 앞으로 계속하게 될 것임을 안다. 쉽지 않지만 인생사 어차피 쉽지 않은 일, 방법은 찾으면 그만이다.
2014년, 첫 라자 요가 지도자과정을 듣던 때에 선생님이었던 론이 교도소에 있는 사람들에게 요가가 도움이 된다고 말해주었다. 나는 철 없이 교도소에 있는 사람들은 힘이 세서 차투랑가 단다아사나를 잘하나 보다고 대답했다. 론은 그게 아니라, 교도소에 있는 사람들은 '휴, 살았다' 하는 - 집으로 돌아온 바로 그 느낌을 살면서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우당탕탕 살다가 교도소에 흘러들어 간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러니까 삶이 잘 굴러가기 위해서는, 또는 잘 굴리기 위해서는 - '휴, 살았다'라고 하는 나만의 집으로 돌아온 상태가 먼저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다.
당시에 우당탕탕 그 자체였던 나에게 그 말은 큰 위로이자 나침반이 되었다. 요가에서는 이 상태를 '사트바'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삶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은 꼭 요가가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안정된 상태를 만드는 방법을 가지고 있다.
나는 생이 여러 번 반복된다고 믿는다. 또 이번 생에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가 있다고도 믿는다. 그리고 각각의 사람들이 고유한 능력을 가지고 있고, 안정되고 좋은 상태에서 그 사람의 본질이 마침내 피어오른다고도 믿는다.
요가가 나에게는 가장 큰 도움을 주었지만, 바로 그 상태, 집으로 돌아온 상태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면 꼭 요가라고 부르지 않아도 괜찮다. 나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람들이 그 자신의 본질적이고 편안한 상태에 다다르는 경험을 안내하고 싶고, 또 나 자신도 스스로의 본성에 알맞게 삶을 발견해나가고 싶다.
어떻게 살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이것이 답의 전부이다. 앞으로 요가 수업을 더 많이 할 수도, 더 적게 할 수도, 장사를 할 수도, 유튜브를 할 수도, 잠시 돈을 벌러 회사에 취직할 수도, 갑자기 요가원을 차릴 수도 있지만, 나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스스로에게 명확한 나침반으로 - '누구에게나 있는, 마음의 집으로 돌아오는 감각'을 나누기 위한 어떠한 여정을 계속해보기로 할 뿐이다.
앞길은 막막하고, 할 일은 많을 때 언제나 나를 지켜왔던 것은 하루를 구성하는 규칙들이다. 스스로 만족스럽게 하루를 잘 보내고 나면, 그리고 그런 하루들을 반복하다 보면 뜻밖의 기회로 일도 돈도 사람도 흘러들어온다.
그동안 수업 하며 돌보지 못했던 몸을 다시 돌보기로 한다. 11월에 연희동 산책과 함께 했던 혈당방위대 활동으로 배운 내용들을 활용해서,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하고 당을 줄인다. 혼자서 하는 웨이트 트레이닝과 요가 수련으로 몸을 만드는 즐거움을 다시 차근차근 느껴보며 안내하는 마음도 다잡는다.
공부하려고 쌓아둔 책들에 죄책감을 느끼지는 않되 실제로 읽고 기록하기 시작한다. 한 판의 스프레드시트를 켜 두고 공부와 운동, 콘텐츠 발행 계획을 세웠다. 계획에 집착하지 않되, 또 계획을 무시하지도 않는 유연함으로 나만의 시스템을 만들어나간다.
2013년 책 <아티스트웨이>를 읽고 모닝페이지를 처음 시작했을 때, 늦잠 자서 아침 일기를 쓰지 못할 때마다 스스로를 원망했었다. 아침 일기에 스스로에 대한 욕만 가득했던 몇 달, 몇 해를 지나 이제는 나를 위한 영감의 시간으로 아침 일기를 쓴다. 여행을 가거나 주말에 늦잠을 자 한 두 번 빠뜨려도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몇 번 과식했다고 입원하지 않듯 건강한 습관은 스스로 제자리로 돌아온다.
2020년 5월 6일, 마침내 담배를 끊기까지 숱하게 실패한 시도들이 있었다. 스무 살 때부터 8년간 피운 담배를 끊기 위해 상담도 받고, 패치도 붙이고, 금연껌도 금연 담배도 시도했다. 책도 읽고, 다큐멘터리도 보고, 매번 새 담배를 거리에 버리고 3시간 후 다시 주워 피웠다. 가족들에게 끊었다고 거짓말하고 모두가 외출했을 때 몰래 수치심을 느끼며 피우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모든 시도들이 있었기에, 이제는 중독에서 벗어나는 일이 어떤 과정인지, 또 어떤 기분인지 안다. 나에게 필요한 습관을 들이는 데 생각보다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안다. 하나씩 스스로에 대해, 또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일 뿐이다.
하늘을 보며 방향을 다잡고, 땅에 발을 붙이며 시스템을 만드는 여정을 다시 한번 신발끈을 고쳐 매고 시작해 본다. 내가 언제나 나의 편이 되어주기를 바라며, 1년 후 다시 (먹고) 사는 문제를 고민할 때 지금의 나에게 들려줄 만한 멋진 이야기들이 만들어져 있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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