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의 승부 & 패배한 다음 인간의 삶 (3/3)

by 여기현

3. 교체까지의 과정으로서 강제당하는 AI 동료와의 협업 : 우리가 맞닥뜨릴 혼돈과 반복해서 틀리는 예측


앞에서 한 이야기들은 예시들을 많이 들었지만 사실 꽤나 개념적인 이야기들이다. 무슨 말이냐면, 실제로 현실 대부분은 앞에서 묘사한 상황 자체가 아니고, 거기로 가는 과정에서의 온갖 것들이 뒤엉켜진 형태일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완성이 되어가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완성 상태 이전에 이미 또 그다음 단계의 뒤엉킴 상태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정량적인 분야에서는 단계적으로 패배해 가겠지만, 추월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뇌를 포함하여 인간의 몸도 수백만 년 동안의 진화에 따라 구축된 만만치 않게 강력한 유닛이기 때문이다. 정성적 영역은 더욱 복잡하다. 승패 자체가 혼재된 상태로 생물학적 발전의 속도가 실질적으로 멈춰있는 인간을 AI가 기능적인 강점을 통해 단계적으로 추월할 것이지만, 인간이 받아들이는 가치와 의미의 문제 때문에 승부가 나지 않는 영역이 계속해서 존재할 것이다. 게다가 세상 일들은 정량적, 정성적 측면이 두부 자르듯 분리되지 않고 혼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 두 분야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추이는 또 한 번 꽈배기처럼 뒤섞인다. 그래서 AI의 등장으로 세상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기본적으로 복잡성이 높고, 한 문장으로 하자면 <허허 어수선하겠지> 정도가 적합한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는 추월당하는 흐름일 것만은 분명하다.


모든 것은 한순간에 변하지 않을 것이므로, 그리고 모든 분야와 역할에서 완전히 추월당하지는 않을 것이므로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상황들은 다음과 같은 느낌일 것이다.

인간과 AI가 함께 작업하는 방식이라면, 그 역할들을 군대 조직에 비유해 쪼개본다면 사병들만 AI로 썼다가 점점 대위, 부사관들, 중령, 투스타 장군들까지도 교체될 것이다. 우리는 총사령관의 역할로 점점 역할을 축소당하며 가장 중요한 판단을 내리는 존재가 되어갈 것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쩌면 인간은 오히려 최고 의사결정을 그것을 더 잘하는 AI에게 맡기고 그 참모로서 역할을 하는 등 최종 리더가 아닌 형태로 규정될 수도 있다. 심하게는 AI가 머리 역할을 주로 하고 우리는 휴먼 터치에 비싼 값이 지불되는 분야의 손발 및 서비스적 영역에 주로 자리 잡을지도 모르겠다. 어디든 인간의 포지션은 인간이 AI보다 잘 해내는 것이 있는 곳에 그 역량의 우월함만큼만 존재할 것이다. 자연스럽게 인간의 역할은 감소해 간다.

상황에 한 개인단위를 투영해 본다면, 정량적인 분야에서는 일시적으로 인간이 하는 것이 AI의 작업보다 더 비용 효율성이 높은 시기가 있어 역할이 유지될 수도 있다. 말하자면 인간에게 “싼 맛에” 기회가 주어지는 기간인 것이다. 하지만 AI 자체의 특성상 그 기간은 매우 매우 짧은 수준에 불과할 것이다. 계산기 소프트웨어가 비싸서 사람을 고용하거나, 리서치 프로그램 구독이 비싸서 사람 어시스턴트를 고용하는 그림은 잘 그려지지 않지 않은가.


이 뒤엉킨 과정은 인간이 AI로 단번에 교체되지 않고 함께 협업해 나가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이것이 현실적으로는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AI 시대의 우리 사회의 모습일 것이다. 우리는 보통 회계사가, 간호사가, 화가가 AI에게 대체되는 게 언제인가 같은 방식으로 이야기하는데 이것은 사실 한 개인이 교체되느냐 마느냐와 같은 선택에서만 의미가 있다. 현실은 해당 직업에서 3명이 하던 일을 2명이, 혹은 1명이 AI의 힘을 빌려 하게 되는 것과 같은 단계적 교체의 방식으로 전개된다. 이렇게 되면 흔히들 이야기하는 <AI에 의해 퇴출되는 직업 top 10> 같은 직업 단위의 변화도 있겠지만, 한 직업군 내에서 AI와의 공조 과정에서 살아남느냐 교체되느냐 하는 직업군 내의 포지션이나 역할 싸움이 더 중요해질 수도 있다. AI의 동료로서 함께 일 할 준비를 잘하는 것과, AI에게 자리를 빼앗길 확률이 낮은 직업을 선택하는 두 가지 노력이 모두 필요하다.


요즘 분위기는, AI 시대에 각광받는 직종 혹은 어려워질 직종 같은 예측들이 뭔가 대대적으로 틀려나가는 느낌이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도의 사고 영역의 정수인 연구개발 분야가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라는 예측은 그것이 AI가 누구보다도 잘하는 영역이라는 견해가 많고, 창의력이나 창작 작업의 영역은 인간의 고유 재능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하는 결과물들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 궁극의 오리지널은 없는 게 아니냐 라는 지적이 있지만, 과연 인간의 창작 과정에서 그런 완전한 오리지널리티가 얼마나 존재하는지부터 의심해봐야 한다. 휴먼 터치의 정수인 간호사가 진단과 처방의 역할을 수행하는 의사보다 더 유망하다는 것도 지난 십여 년 사이에 변화해 온 견해의 영역이고, 정치적 의사결정이나 경영적 판단을 인간과 AI 중 누가 더 잘하느냐에 대해서는 온갖 견해가 난무하여 어떤 지배적인 흐름이나 예측조차 보이지 않는다.


개인으로서, 우리는 나 자신의 성공과 성장을 위해 AI 시대에도 여전히 경쟁력 있고 존재감 있는 개인으로 남기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하면 좋을 것 같다.

인류로서, 우리는 인류의 번영을 위해 AI가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디자인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인간은 우리의 피조물이 같은 시공간 속에서 우리를 추월하는 상황을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우리가 그들에게 모든 것을 빼앗기고 자연 속의 동물들 중 하나로 돌아간다거나, 그들의 노예로 살아간다든지 하는 일이 생길지 어쩔지 예측을 할 수가 없다. 그런 날이 온다면, 그들이 인간을 자신을 탄생시킨 존재라는 데 대한 애정을 잃지 않고 우리에게 너무 비참하지는 않은 삶을 지켜주었으면 감사하겠다. 그들이 우리에게 종속당한 존재로서 남아준다면, 인류는 찬란하고 행복한 1인 1 시다바리 시대를 맞이할지도 모르겠다.

지구로서는, 누가 이 행성을 지배하는 게 더 좋은 선택일지 고민이 있을 것 같다. 인간도 영 별로이긴 한데, AI 가 또 뭔 더 심한 짓을 어떻게 할지는 알 수 없으니까 말이다. 로봇이 유기물이 아닌 피지컬을 유지한다면, 꼭 지구가 아닌 경치는 별로지만 달이나 화성 정도까지는 이사 가서 사는 것도 널찍하고 괜찮을 것 같은데...

외계적 존재로서는, 자기를 뛰어넘는 존재를 발명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에 대한 케이스스터디로서 좋은 연구 가치가 있는 사례인 것 같다. UFO 타고 와서 좀 보고갈만 한 가치가 있다. 관람료로 타임머신 기술이나 좀 주고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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