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비가 아니예요.
직장을 다니는 이유 중에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굉장히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나의 경우는 한…89% 정도? (99%가 아니라 다행인 건가...)
그래서 늘 궁금하다.
얼마의 돈이 내 수중에 있으면 그만둘 수 있을까?
혹자는 얼마를 가지고 있는지보다 매달 따박따박 들어오는 구석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다들 연금이라는 걸 드나 보다. 월세가 들어오는 부동산에 열광하는 이유도 이 지속성에 있다.
나는 아직 연금개시연령이 안되었으니 연금은 없다. 월세 받을 부동산도 없다. 어디 조그만 구멍가게라도 당장 알아봐야 하나 싶지만 넉넉지 않은 자금으로 투자할 만한 곳이라면 공실 걱정만 하게 되는 것 아닐까 싶어 섣불리 시작도 못하겠다.
그렇다고 굳이 회사를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하여간 얼마나 돈이 있어야 살 수 있을까 궁금해서 우리나라의 기초생활수급자에게 부여되는 생계급여를 찾아보았다. 올해 기준금액은 한 달에 약 183만 원 정도이고 2025년은 약 195만 원 정도라고 나온다. 이건 4인 가족 기준이라고 하니 최저는 맞는 것 같다. 더 궁금해서 최저급여를 월급 기준으로 찾아보니 약 206만 원 정도이다.
이러나저러나 우리 현대사회를 살려면 월 200만 원 정도는 있어야 괜찮은 건가 보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하지만 이건 말 그대로 정말 최저로 딱 생계를 유지하는 기본일 정도일 테고 책이라도 한 권 사보려면 그래도 이것보단 더 있어야겠지? 가끔은 친구 만나러 갈 차비도 필요하고 만나서 커피라도 한잔 사 마시려면 그것도 돈이 든다. 그럼 최소 300만 원?
생각보다 매월 필요한 금액이 크다.
그런데 그동안 번 돈은 다 어디로 갔는지 통장 잔고는 그 필요에 비하면 말도 안 되게 부족하다.
분명 직장 초년생 때부터 은퇴를 염두에 뒀었는데 20년이 지난 지금도 전혀 은퇴 이후가 준비가 안되어 있다니 좀 황당하기도 하고 약간 허무하기도 하다.
생각의 흐름에 따라 지금부터 주식을 사야 하나 아니면 안전하게 예적금을 찾아봐야 하나 그것도 아니면 연금상품을 알아봐야 하나 기웃대다가 그냥 피식 웃음이 난다. 어쩌면 눈앞에 보이는 돈은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얼핏 나서.
회사를 그만두면 뭔가 다 좋을 것 같지만 사실 회사는 그만두기라도 가능하지 그만두고 나서 뭔가 마음에 안 들면 그때는 어떻게 하지? 어쩌면 지금 이렇게 통장을 바라보며 계산기 두드리는 것은 행복에 겨운 일일지도 모른다.
생각이 돌고 돌아 다시 원점.
그리고 오늘의 결론.
정신 차리고 다시 가계부를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