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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윈플레임 Nov 16. 2023

손을 꼭 잡고 이혼하러 갈 뻔

꼭 필요한 말 아니면 하지 않는 우리 부부가 꼭 함께 하는 일이 있다.

매일 밤 편의점에 가는 일.


남편은 맥주를 사고 나는 과자를 산다.

가끔 아이들이 먹고 싶다고 하는 주전부리도 한두 개씩 사다 준다.

워낙 자주 들락거려서 집 앞 편의점 사장님 이하 모든 아르바이트생을 시간대별로 다 알고 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편의점에 가서 뭘 살까 둘러보다가 새로운 상품이 하나 눈에 띄었다.

남편이 좋아하는 맥주 브랜드에서 나온 오징어 튀김이다.

봉지 사이즈가 팝콘 봉지사이즈랑 비슷하길래 가격도 비슷하겠거니 하며 집어왔다.


별생각 없이 계산을 하고 집에 왔는데 그제야 계산된 금액을 보더니 남편이 난리가 났다.

뭔가 계산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자주 사는 맥주값이야 이미 알고 있고 거기에 과자봉지 하나 더 집어왔을 뿐인데 이 가격이 절대 나올 수가 없단다. 당장이라도 편의점으로 달려갈 태세다.


문득 오늘 처음 산 과자가 생각났다.

오징어튀김이 그럼 얼마인거지?

바로 인터넷으로 가격을 검색했다.


왓???

19,800원??

남편한테는 대충 15,000원쯤 된다고 얼버무렸다.


그랬더니 과자를 가격도 안 보고 샀다고 방방 뛴다.

누가 이 돈을 주고 과자를 사냐고. 그러면서 왜 나를 쳐다봐?

그 꼴을 보니 나도 생각지 못한 비싼 가격에 속이 쓰리면서도 슬슬 기분이 상한다.


아니, 누가 가격도 확인 안 하고 계산하랬나.

집은 건 나지만 계산은 남편이 했다.

그래서 소리를 빽 질렀다.

"내가 만원 줄게!"


그랬더니 갑자기 정신을 차렸는지 내 눈치를 살피며 한 번 먹어 보란다.

이게 비싸서 그렇지 맛은 있다며.


더럽고 치사해서 안 먹는다고 했다.

그러다가 또 맛이 궁금해서 남편이 안 볼 때 슬쩍 하나 집어 먹었다.

'맛은 있네.'


그리곤 과자봉지를 사진을 찍었다.

"왜? 사진을 왜 찍는 거야?"

"응. 과자 한 봉지 때문에 이혼할 뻔했다고 글 쓰려고."

"아니야, 이혼은 너무 심하잖아."

"그럼 뭐라고 그래? 쫓겨날 뻔했다고? 맞을 뻔했다고 쓸까?"

"아니 아니 그건 아니지. 그냥 밤중에 편의점 다시 갈 뻔했다 정도로 순화해봐."


평소에 내 글은 읽지도 않으면서 그래도 자기에 대해 뭔가를 쓰는 건 무서운지 금세 꼬리를 내린다.

그래, 내가 봐줬다.

쪼잔한 인간.


오늘 보니 며칠 전에 산 과자가 아직도 식탁 위에 있다.

비싼 거라고 아껴 먹겠다더니 진짜 몇 날 며칠을 먹고 있네.

봉지를 열어서 한 움큼 덜어내어 먹었다.

맛있네. 양이 훅 줄어들면 엄청 아까워하겠지?

이렇게 소심하게 복수를 한다.

그리고 만원은 끝내 안 줬다. 메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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