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덕이 되었습니다. - 김동식 작가와의 만남
오늘은 드디어 그동안 고대하던 좋아하는 작가님과의 만남이 있는 날이다.
작가님 선정에 의견을 내면서도 다른 동아리 식구들이 좋아하지 않는 작가라고 싫어하면 어쩌나, 또 작가님이 안 오신다고 하면 어쩌나. 이런저런 고민을 했었다.
드디어 오늘!
그날이 왔다.
도서관 강의실에 도착해서 동아리 회원들을 만나서 인사를 하는데 창가에 등을 돌리고 앉아있는 사람이 있다. 혹시... 작가님?!!
수줍음을 많이 타시나 생각했던 것도 잠시.
"저희가 꼭 모시고 싶었어요~"
"처음 인스타 팔로우하게 된 작가님이세요~!!"
"와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우리의 이런 멘트에 모두 다 엄지 척을 날려주신다. 그리고 너무 잘 불렀다고 답을 하셨다.
'오... 오늘 좀 재밌겠는데?'
강연은 초단편 소설 쓰기 작법에 관한 것이어서 나름 그전에 읽은 작법서의 내용과 비슷했다. 하지만 좋았던 것은 실제로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본 것이다.
아니 어쩜 그렇게 실시간으로 아이디어가 튀어나오는 건지.
처음엔 미리 생각을 해왔나 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리고 아예 그 아이디어로 참석자들과 함께 이야기도 만들었다. 거의 아무 말 대잔치에 가까웠지만 그것들을 그래도 하나의 실마리로 꿰어서 완성을 시키는 것이 경이로웠다.
강의 후 이어진 질의응답시간.
소규모 강의였기 때문에 질문도 많았고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작가님은 어쩌다 에세이도 쓰게 되셨나요?"
"저는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 한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말 곰곰이 생각해 봐야죠. 핑계 대지 않고 안 되는 이유를 만들지 않고 그런데 정말 하지 않을 이유가 있는지. 대부분 그런 이유는 없어요. 그렇다면 해야죠."
그렇다.
나는 그동안 참 많은 하지 않아야 할 이유를 만들어냈다.
글 쓰는 건 소재가 없었고, 아침 일찍 못 일어나는 건 피곤하다는 이유, 청소를 못하는 건 시간이 없다는 핑계, 운동은 계속 그다음 날로 미루었다.
하지만 지금 내가 뭔가를 하지 않으면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결국은 다 똑같은 날이다. 그 어떤 발전도 변화도 없는 삶은 결국 무의미하다. 이걸 알면서도 계속하지 않을 이유를 찾는 것은 내 안의 게으름이 발목을 잡는 건가 아니면 내 주변을 맴돌다 툭하면 튀어나오는 무기력 때문일까.
오늘만 해도 3번째 강연을 하신 작가님, 마감에 쫓기는 것이 싫어서 한 달 반 정도 분량의 원고를 미리 써둔다는 작가님, 그러면서도 시간이 많다는 작가님을 보며 내가 무슨 핑계를 만들까.
그렇다.
나는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글을 왜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쓰지 않을 이유도 없다.
그게 바로 내가 계속 써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