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님, 어디 가세요?"
"남미 8개국 갈 거야. 한 달 정도 못 보겠네."
"어, 명함도 새로 만드셨네요?"
"가방모찌하러 가는데 직함이 더 높아야 된다고 해서 임시로 이사로 다시 만들었지."
"남미는 저도 못 가봤는데. 너무 좋으시겠어요."
"높으신 양반들 모시고 가는 거라 편하게 있지는 못할 거 같아. 그래도 구경은 잘하고 올게."
박 부장님은 내가 입사하기 전에 퇴사를 하셨다가, 내가 신입사원으로 팀에 발령받아온 뒤 다시 전문계약직으로 입사를 하신 분이다. 고졸사원으로 입사했지만 능력을 인정받아 부장까지 승진을 했지만 결국 학연, 지연, 입사기수 등등의 이런저런 사정에 밀려 승진 누락 후 명예퇴직을 하셨다가 결국 회사의 필요에 의해 재입사를 하게 되었다고 들었다. 부장님은 퇴사 후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잘 운영하다가 회사의 부름을 받고 다시 입사를 하시게 되었는데 큰 기대 없이 재입사를 한 거라 그저 매일이 편안하고 즐겁다고 하셨다.
고졸사원으로 입사를 했지만 방송통신대를 다니며 학사, 석사를 하셨고 영어는 독학으로 공부하셨다는데 어쩜 그렇게 발음도 좋고 말도 조리 있게 잘하시는지. 성품은 또 얼마나 좋으신지. 회사에서 이 분을 왜 다시 모셔왔는지 잠깐 같이 일했는데도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사실 박 부장님은 우리 아빠랑 나이가 같으셨고 아빠뻘 되는 직원과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는 게 불편할 수도 있지만 항상 편안하게 대해 주셔서 함께 외부 미팅이라도 가게 되는 날에는 나들이를 가는 것 마냥 즐거웠다.
그런데 한참이 지난 지금 와서 박 부장님 하면 생각나는 것이 남미순방이라니.
조금 우습기도 하지만 그때 나는 이런 것들이 그저 부러운 햇병아리 신입사원이었구나 싶다.
지금 생각해 보면 높으신 공무원들과 함께 이나라 저나라 가는 것이 힘들었을 텐데 나는 그런 것도 모르고 어디 여행이라도 가는 것처럼 생각했던 것 같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났던 멋진 어른 1호.
지금도 어디선가 잘 지내시겠죠?
그나저나 나는 언제 남미땅을 밟아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