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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원은 굶주리지 않아요.

by 트윈플레임

“먹는 양을 좀 줄여야 할까요?”

“아니오. “

“그럼 탄수화물을 끊어볼까요?”

“아니오.”


아니, 왜 이렇게 단호박이셔.


다이어트를 시작한 지 3주 차가 끝나가는데도 몸무게의 바늘은 여전히 요지부동 변화가 없고, 이제 나도 이거 이래서야 되겠나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먹으라는 대로 잘 먹고 있는데 이게 이렇게 먹어서 될 일인가 자꾸 의문과 불안이 올라온다.


탄단지를 잘 갖춰먹고 게다가 세끼 꼬박꼬박 먹고 여기에다 운동도 살짝살짝 해주다 보니 오히려 점점 몸이 더 튼실해지는 느낌이다.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벌크업인가.

근데 난 지금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데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움직이지 않는 체중계를 보면 그냥 그 자리에서 확 과자를 한 봉지를 뜯을까 하는 마음이 생긴다.


홈런볼 한 봉지의 사랑과

꼬깔콘 한 봉지의 낭만과

바나나킥 한 봉지의 달콤함을

어찌 잊으리오!


천만 원은.. 이렇게.. 점점 멀어져 가는 것인가.

그래도 당장은 굶지 않아도 된다니 좋다.

다이어트를 하지만 배고프지 않다.


살이 빠지면 좋고

안 빠져도 건강하게 먹었으니 어쨌든 좋고.


전 직원에게 알린 내 다이어트의 결심이 조금 부끄럽긴 하지만...

원래 우리 모두 죽을 때까지 하는 것이 다이어트가 아닌가.

뱃살만 두꺼운 게 아니라 얼굴도 두꺼우니 더욱더 뻔뻔해지리라.


이제 3주 차의 끝을 향해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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