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의 역습

알면서도 모르고 싶은 그 마음

by 트윈플레임

내가 처음 MBTI를 만난건 신입사원 교육에서였다.

그 전에도 들어본적은 있었지만 제대로된 만남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하루 동안 했던 교육은 재미있기도 했고 나도 잘 모르는 나의 모습에 대한 생각을 해보는 기회였다. 신입사원 모두가 자신의 유형을 이름표에 적어서 연수 기간 내내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도 했었다.


그 뒤로는 MBTI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다 불현듯 이 내용을 직원 교육용으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또 빛의 속도와 같은 실행력으로 교육기관을 찾고 등록까지 하게 되었다. 일단 목표는 강사과정까지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걸 좋아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교육 자체는 즐거운 경험이었다. 그러다가 전세계인의 행보를 잠시 멈추게한 코로나가 찾아왔다. 강사과정까지 두 번만 더 들으면 되는데 그걸 못하고 일단 수강이 중단되었다. 물론 온라인으로 수강하면 되지만 여기서 슬슬 처음의 동력이 떨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이렇게 나의 동력이 떨어져 가는 동안 신기하게도 MBTI가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인기있는 심리테스트가 되어 인터넷에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인터넷 버전은 간략버전으로 무료로 사람들이 테스트를 보고 본인의 타입과 타인의 타입을 알아벌 수 있었고, 그 차이에 대한 설명이 함께 나왔다.

특히 MZ에게 인기가 있다고 들었는데, 요즘은 소개팅을 할 때도 MBTI를 서로 먼저 묻는다고 한다. 이렇게 사람들이 이 내용에 열광할 줄이야. 어디 신문에서 보니 면접을 볼 때도 물어본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들을 들으면 한편으론 그냥 가볍게 웃어넘기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수업 시간에 들었던 말이 생각이 난다. 그것은 바로 MBTI를 선발의 기준으로 삼지 말라는 것이다.

이 테스트는 사람의 성격의 유형을 16가지로 나눈 것일 뿐 이것 자체가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J가 계획을 잘 세우니 공부도 잘 하고 일도 잘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모든 T가 논리적이라 설득을 잘 하는 것도 아니다.

이것은 단지 그 사람의 생각의 방식과 선호도를 나타내 주는 것일 뿐인데 요즘은 이 16가지 유형에 대한 맹신이 있는 듯해서 그 부분이 좀 불편하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유형의 사람들만 옆에 있으면 편하긴 할테다. 나랑 비슷하게 생각하니 서로 이해하기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똑같기만 하면 다 좋을까. 내 주변 모든 사람이 비슷하면 좋기만 할까. 내가 좋아하는 유형들로만 옆을 채우면 그저 행복할까.


서로 이해가 잘 안되는 사람도 있고, 또 그런 사람들을 이해하면서 느끼는 기쁨도 있지 않을까.

나는 내 주변에 비슷한 사람만 있다는 상상을 하면 좋기보다는 섬뜩함이 더 먼저 느껴진다.


다양성에 대한 수많은 보고서들을 보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집단이 갈등의 상황이 더 많은 것은 맞지만 성과측면에서 보면 훨씬 더 높은 성과를 보인다. 그 이유는 다양한 사고와 의견들이 서로를 자극하여 결국 모두에게 더 나은 결론을 이끌어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요즘같이 다양성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태도는 굉장히 바람직하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누군가를 단정짓고 오히려 배타적인 방향으로 사용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편함이 내 마음속에는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코로나 이후 일상으로 모든 것이 돌아온 지금.

다시금 MBTI 강사과정 수강을 계획해봐도 되겠지만 이제는 배움의 열정이 너무나도 식어버려 전문가 과정 수강 이력으로 그저 만족해야 할 것 같다.

검사지 구매자격 획득과 결과 해석 수업을 들은 것 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다른 이의 MBTI를 그다지 알고 싶지 않다.

그 사람과 이야기하고 생각을 나누고 같이 부대끼면서 천천히 알아가고 싶다.

배우면 배울수록 모르고 싶은 이 마음. 남들은 알라나 모르겠다.



* 이미지 출처 : Pixabay & 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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