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말할 수 있다.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본다.
내 읽기의 시작은 언제부터였나.
처음 시작은 심심해서였던 것 같다.
그 당시에는 넷플릭스도 유튜브도 없던 시절이니 집안에서 할 일은 인형놀이 아니면 책 읽기밖에 없었다.
사는 곳이 시골 촌동네여서 도서관은 없었다.
그냥 집에 있는 책을 읽고 또 읽었다.
그 시절 친구들 집에는 너무나 부럽게도 위인전이나 명작동화 전집이 빼곡히 꽂혀있던데 우리 집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
집에 있던 어린이 책을 다 읽은 후에는 엄마가 시집오기 전 샀다는 세로로 글이 적힌 어른용 고전을 읽었다. 중간중간 나오는 한자는 몰라서 건너뛰었다.
아마 그때부터였나 보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이것저것 책이 보이면 다 읽었다.
아직 어린이였지만 어른 책도 봤고 또 어린이책도 봤다.
사실 성인용 책은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많았지만 그냥 봤다.
어린이가 어른들의 세계를 엿보는 마음으로 책을 봤고, 이렇게 어려운 책도 읽는다는 혼자만 느끼는 지적 허영심도 있었다.
도서관과 친해진 시기는 대학시절이다.
역시 대학은 지성의 공간이었다. 엄청난 크기의 도서관과 그 안에 그득한 책들을 보니 얼마나 마음이 설레던지.
보통의 젊은이처럼 그 시기의 나는 책 읽기 말고도 다른 일들에 더욱 정신이 팔려 책을 조금 멀리하긴 했지만 단순하게 책 자체에 대한 동경은 계속 가지고 있었다.
그냥 책이 있는 공간이 좋았고 안 읽더라도 옆에 두는 것이 좋았다.
도서관이 좋아서 심지어 대학에서 문헌정보학을 부전공하여 사서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이 의식의 흐름 무엇!)
사회생활을 시작하고부터는 책 읽기와 멀어졌다.
핑계를 대자면 좀 바빴다.
그러다 다시 책을 가까이 하기 시작한 것은 엄마가 되고부터였다.
주변에서 정보를 얻을 곳은 인터넷밖에 없었는데 그 정보는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결국 내가 찾은 결론은 책이다.
임신, 출산, 육아 모든 걸 책으로 배웠다.
그 이후로도 경제도서를 보면서 재테크를 생각하고, 글쓰기 책을 보면서 더 좋은 글을 쓰는 방법을 고민하고, 영어책을 보면서 영어공부를 한다. 아이들과는 매주 일요일 도서관을 가고 집 거실은 책꽂이로 채웠다.
늘 새로운 것을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있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열정이 있다.
그리고 그 종착점은 책으로 돌아갔다.
책에서 방법을 찾았고 책에서 다른 선구자의 목소리를 들었다.
누가 취미를 물어보면 차마 취미가 독서라고는 말하지 못했다.
대단한 취향과 식견을 가지지 못한 것이 부끄럽고,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여러 종류를 마구 읽어대는 바람에 전문성이 없는 내가 부끄러워서.
굉장히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취미로 뽑았던 독서. 취미로 부르기엔 좀 구태의연하고 고리타분한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결국 나의 답인 것을.
왜 말을 못 해.
내 취미가 독서다. 책 읽기가 제일 편하고 좋다고 왜 말을 못 하냐고 !
그렇다. 이제는 인정한다.
돌고 돌아 다시 원점.
책 읽기에서 다시 시작한다.
* 이미지 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