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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옥 Feb 05. 2021

EP1. 오늘도 자위한다

넌 혼자가 아니야 (feat. 바이브레이터)

 때는 바야흐로 4년 전, 나의 생일이었다.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친구들과 모여 소소한 생일 파티를 하던 중이었는데. 생일 축하 노래를 들으며 촛불을 끄는 의식을 마치고 나면, 마지막으로 남은 하이라이트! 바로, 선물 증정 시간이 돌아온다.


 이제 10년이 된 친구들과는 생일 전 당사자에게 미리 물어보고 선물을 준비하곤 하는데, 대개 파운데이션이나 립스틱 같은 화장품 혹은 액세서리, 속옷 등을 주고받곤 했다. 그런데 그날은 친구들이 주고 싶은 선물이 있어서 알아서 준비했다며 한 상자를 건넸다. 뜻밖의 서프라이즈 선물. 그런데 어째 나보다 친구들이 더 즐거워 보인다. 조금 음흉(?)해 보였던 것도 같고... 아무튼 그 선물의 정체는, 기린. 기린이었다! 그것도 1초에 수십 번 진동하는 기린(이 그려진 바이브레이터)!


 인간의 육체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극강의 진동. 심지어 진동이라고 다 같은 진동이 아니었다. 무려 13가지 각기 다른 진동으로 지루할 틈 없이 황홀경에 빠뜨리는 이것은 요물이다, 요물! 정말이지 친구들 덕분에 나는 그날 다시 태어났다. 고맙다 얘들아(진지).


 이런 이유로 섹스토이는 일명 '전자 서방' 혹은 '반려가전'이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그리고 나 역시 2021년, 올해 서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잘 애용하고 있는데. 사실 바이브레이터의 용맹함(?)을 알리기 위해 글을 쓴 것은 아니다. 본래의 목적은 푸념을 하기 위해서였다. 쓰다 보니 잠시 흥분이 됐던 것일 뿐(웃음).


 서른 살의 푸념. 짧게 말할 테니 잠시 들어주면 고맙겠다. 누구나 그렇듯 나 또한 서른 즈음엔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애인도 있고 직장 내에서도 자리를 잡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기 위해 나의 20대를 바치기도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기대와 다르게 나의 서른은 꽤 외롭고 생각보다 더 보잘것없다. 1월 1일이 되자마자 나의 오랜 첫사랑의 남자와 끝이났고, 하던 일마저 프로젝트가 끝나면서 현재는 백수 한량이나 다름없는 처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망할 삼십 세!


그렇게 하릴없이 평일 한낮에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자면... 순간, 하고 싶어 진다. 응???

입맛은 떨어지고 넘쳐나는 시간에 온갖 부정적인 미래를 점치며 잠을 이루지 못하는 와중에도 성욕만큼은 눈치 없이 건사하다. 그야말로 본능에 충실한 몸뚱이인 것이다.


 하. 그래, 나도 안다. 애꿎은 성욕은 잘못이 없다는 걸. 그저 비정한 나의 현실에 투정을 부리고 싶었나 보다. 럴 때 가까운 지인에게 답함을 토로하다 보면 상대방도 내 어깨를 두들겨 줄 것이다. 이것도 저럭 위로가 되긴 하지만 영- 성에 차 않는다. 나란 녀석, 참 해줘도 난리다. 사실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네거나 혹은 내가 듣고 싶은 말들 콕 집어 위로를 받는 일 결코 쉬운 일 아니다. 위로는 렵다. 때론 위로랍시고 잘못된 말들로 생채기를 남기기도 하니까. 그렇다면 이 헛헛한 마음을 어디서 어떻게 달래야 하는 걸까.  


 누군가 나의 마음을 온전히 헤아릴 수 없고, 있다한들 언제나 의지하고만 있을 수 다면 나라도 위로를 해줘야 할 것이다. 위하면 그만이란 말이다. 섹스에서도 자위를 통해 내 몸의 성감대를 더 잘 알 수 있는 것처럼 마음도 마찬가지다. 잠자코 내 마음을 알아줄 누군가가 나타나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얼른 털어내고 일어나야 하지 않겠는가. 리고 이렇게 스스로 마음을 들여다보고 달랠 줄 다면 훗날 다른 이에게도 상처 주지 않고 따뜻하게 위로를 건넬 수 있지 않을까. 자,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1일 1자위를 실천하자. 먼저 나부터 실행에 옮기도록 하겠다.



넘치는 성욕!
이것은 살아있다는 증거거 아닌가.
이렇게 죽지 않고 살아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지.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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