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나애미 Aug 03. 2021

생일 미역국

생일에 미역국을 꼭 끓인다. 

내 생일이건 남편 생일이건 아이 생일이건 일단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끓인다.

종종 생각한다. 왜 꼭 추우나 더우나 생일엔 미역국을 먹어야 하는 걸까.

예전에는 못 먹고 늘 부족했으니 생일 때라도 고깃국을 먹어야 한다는 강박과

몸에 좋은 미역을 생일 때라도 챙겨 먹어야 한다는 위안이겠지만

그래도 왠지 생일에 미역국을 스킵하면 서운하고 섭섭하더라.


몇 년 전까지는 일하는 내대신 살림을 해주시는 할머님이 계셔서 내 생일에 늘 미역국을 끓여주셨는데

할머님이 그만두시고는 셀프 미역국을 끓이게는 안되니 생일 미역국을 스킵하게 되었는데

왠지 모를 서글픔과 서운함이 있더라.


오늘은 아이 생일이라 아침부터 부산을 좀 떨어본다.

국물용 소고기가 없어서 안심을 좀 크게 썰었다.

기름에 먼저 볶아 핏물이 보이지 않게 준비하고 불려둔 미역을 같이 볶아준다.

육수 잘 우려 나게 끓여주고는 간은 액젓으로 맞춘다. 

맑은 양파장도 조금 넣어 감칠맛을 더해주고 마지막에 전복을 넣어 살짝 익혀 낸다.



소고기 미역국에 전복 고명을 올린다.

고슬고슬한 쌀밥이 뜸이 들 때쯤 완두콩을 올려 송알송알 콩이 씹히게 지어 같이 내어주었다.


나도 이번 생일엔 누가 미역국 좀 끓여줬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칠리 가지 탕수 (덜달고 덜짠 버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