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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애미 Aug 22. 2021

짜글이 찌개


지난 2주간 미국으로 대학 간 딸아이를 기숙사에 넣어주고 오느라 미국을 다녀왔는데

그곳의 더위와 시차 그리고 아이를 떨어뜨려놓고 온 상실감과 무기력증으로 고생 중이다.

나도 남편도.

여름의 끝자락이 올해는 무척 쓸쓸하고 외롭고 힘들다.

입맛도 없다. 무엇을 먹고 싶은 생각도 안 들고 무엇을 먹어도 맛있지가 않다.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와중에 끼니를 거르면 움직일 힘도 없다.

이럴 땐 매콤한 찌개와 밥한공기가 해결책이다. 돼지고기 짜글이를 끓여야겠다.


짜글이는 양념한 돼지고기에 감자와 양파 등 채소를 넣어 자작하게 끓인 찌개로 충청도 음식이라고 한다. 

맵고 짜게 끓이는 음식이지만 간을 싱겁게 먹는 걸 좋아하니 국과 찌개 중간쯤으로 끓여야겠다.


먼저 돼지고기는 기름이 좀 있는 다리살이나 삼겹살을 잘게 잘라 준비한다.

고기에 양념을 재워 30분 정도 숙성하는 게 좋다.

2인분 기준으로 돼지고기 200-230g 정도 준비한다.

고추장 2큰술. 고춧가루 1큰술. 간 마늘 1큰술 간장 1.5큰술 설탕 반 큰 술. 맛술 1큰술. 후추 넣어 숙성한다.

야채는 감자 반개. 양파 반개. 대파 1대 고추 2개 애호박 1/3개를 깍둑썰기로 준비한다.


숙성한 돼지고기를 오일 넣은 팬에 넣고 중불로 잘 익히면서 양념이 타지 않도록 섞어준다.

고기가 좀 익어가면 물을 붓고 300 ml 정도 먼저 넣고 감자, 호박을 넣고 익혀준다.

감자가 잘 익어 갈 때쯤 양파와 고추를 넣고 간을 보면서 물을 조금 더 넣어준다.

좀 맵고 짜게 먹으려면 물을 적게 하고 싱겁게 국과 찌개 스타일로 먹으려면 물을 더 넣어주면 된다.


기호에 따라 매콤한 게 당기는 날엔 여기에 청양고추를 1-2개 더 썰어 넣어준다.

금방 지은 고슬고슬한 밥 한 공기와 짜글이 찌개 한 그릇이면 금세 입맛이 살아난다.

야채에서 우러나오는 단맛이 있어 설탕은 안 넣어도 달달하다.

진득하게 끓여서 쌈에 싸 먹어도 좋다. 국물을 넉넉하게 우려서 러시안 수프처럼 떠먹어도 좋다.

울적하고 슬픈 날엔 짜글이 찌개를 끓인다. 땀을 뻘뻘 흘리며 밥 한 공기를 먹고 나면 기운이 좀 난다.

쓸쓸한 여름 끝자락 별미 중의 별미. 돼지고기 짜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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