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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무 Feb 14. 2019

육천 오백 원 어치의 대접

고작인가 무려 인가


어디선가 그런 글을 읽었다.


‘사람 구실 못하는 거 같은 날엔 제일 맛있고 좋아하는 것만 먹어야 한다고 엄마는 말씀하셨다. 우울하고 처지는 날에 제대로 못 먹으면 자기 하나조차도 대접 못하는 거 같다’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는데, 그 짧은 토막글을 보고 나는 통닭 한 마리를 샀다. 한 마리에 고작, 어쩌면 무려, 그러니까 저마다의 시점의 높이에 따라 고작이기도 무려 이기도 한 육천 오백 원.


나는 나를 육천 오백 원 어치 대접한 걸까. 그럼 그게 나에게는 고작인가 무려 인가. 그런 뿌연 잡념들을 푹푹 내쉬면서 머리 위로 얼키설키 전깃줄이 엉킨 낡은 골목을 지나, 군침 도는 기름 냄새 폴폴 풍기는 까만 봉지를 덜렁덜렁 흔들며 집에 왔다.


오늘 왜 이리 춥냐. 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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