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을 위한 팀장의 선택.
정말 바쁜 요즘, 아니. 사실 신경 쓸게 많은 요즘. 여러 일들을 겪으며 어느덧 9개월 차 팀장이 된 나는 한창 협의해야 할 것들을 협의하고 인력을 관리하며 바쁘디 바쁜 하루를 보냈다.
고백하건대 팀장이 돼서 많은 것들을 내려놨다. 내 마음과 직원의 마음이 다르다는 것을 늘 가슴속에 대뇌이며 난 사원이 아닌 팀장이고, 그러기에 팀장은 '미운 받을 용기'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다짐했다. 하나둘씩 내려놓는 와중에 내 퍼포먼스가 중요한 만큼, 내가 케어하는 직원의 퍼포먼스도 잘 챙겨야 한다고 다짐했다. 다행인 건지, 스타트업의 팀장은 인력을 케어하는 것에서 한참 벗어나 실무와 인력, 모든 것을 다 수행해야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기에, 난 현저히 많은 업무들을 수행하면서 그렇게 하루를 버텨나가고 있었다. 말하고 싶은 것, 억울한 것 모두 이야기하지 않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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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요새만큼 내 페르소나가 두 개인 기간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회사와 일상을 정말 뚝 반으로 나눌 만큼 다르게 살고 있다. 회사는 회사, 나는 나로 철저하게 분리한 것이다. 웃긴 건 그렇게 마음먹으니 확실히 공과 사가 분리돼서 오히려 더 좋단 생각을 요새 들어한다.
물론, 태어나기를 복잡하고 예민하게 태어나 팀원들의 가십이나 입에 오르락내리락하는 건 싫지만 어차피 나는 나,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속은 더 편해졌다. 그러다 보니 회사에서 말을 하는 시간 대신 나만이 처리할 수 있는 일을 처리하고 사담 대신 업무와 회사 얘기를 더 많이 하게 되었다. 웃긴건 사원시절 수차례 지적받았던 '팀원과 친해지지 말아라.'를 몸소 수행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차라리, 외로운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나란 사람에게 들다니. 하늘이 놀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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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팀장이 되고 나서 몇 가지의 시행착오를 겪어 난 후, 나는 외로운 길을 택하기로 다짐했다. 아니, 차라리 외로운 게 낫겠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팀장이 되다 보니 알게 된 사실은 내가 누군가의 백업을 한다 해도, 내가 누군가를 위해 나 자신을 희생해도, 절대 그 사실에 대해서 사람들은 고마워하진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전두지휘 내지는 너를 위해서 실무를 해준다, 라는 것은 결국 내가 사라지게 되면 그 업무에 대한 과정을 고스란히 팀원들이 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 당장 그것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 또한 내 욕심임을 알기에 이제는 그 것을 내려놓기로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백컨데 듣기 좋은 '예쁜 말'만 하고 싶지 않다. 감정보다는 이성적인 접근으로, 욕을 먹더라도 업무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을 내고 싶다. 그러나 나의 말에 대한 에티튜드가, 그리고 나만의 접근 방법에 대해 불만을 가진다면 그 건 미안하지만 그 사람만의 독단적인 판단일 뿐이다.
무엇보다 나는 업무적으로 신경 써야 할 일이 수십 가지인데 그 수십 가지 중 하나에 대해서 신경 쓸 만큼 난 그렇게 한가한 사람이 아니다. 또한 내가 책임져야 할 사람도 한 명이 아닌 여러 사람이다. 나 혼자만 살아남을 거라면 난 오히려 팀장을 하지 않았을테지만, 난 책임을 지기로 다짐한 만큼 내가 책임져야 할 일, 그리고 사람들을 위해서 나는 오히려 외로운 길을 택하자고 그렇게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앞으로의 회사생활에서도 그렇게 살기로 31살의 나는 다짐한다. 그게 이 정글과도 같은 사회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