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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군 Jan 13. 2020

Comm. : 마케터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


 "마케터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가요?"
 "소통이요."

 

 <브랜드 마케터의 이야기>에서 한 마케터의 인터뷰가 기억난다. 회사 내에서 자신의 포지션은 마케터이기 앞서 '고민 상담가' 라며 직원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공감한다는 문구를 보며 마케터가 갖추어야 할 자질이 이 것이지 않을까 싶다.

 마케터는 타 부서의 연계성이 가장 많은 부서이다. 그만큼 타 부서와의 소통이 원활해야 하며 많은 실무진들과 부딪혀야 하는 사람들이 마케터이다. 매일매일 일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나의 포지션은 "협상가"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업체뿐만 아니라 실무자들과의 합을 맞추고 그들의 니즈에 맞춰 대안을 빠르게 제시하는 모습을 볼 때면 "deal with"라는 영어 표현이 저절로 생각나곤 한다.

  소통은 마케터에게 필요한 가장 필수적인 덕목이라는 걸 요새 많이 느낀다.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 빠르게 캐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케터가 소통을 잘하지 못 한다면 그것만큼 끔찍한 것도 없다는 걸 선배와 후배 마케터들을 보며 배우는 것 같다.




CHAPTER 1. 함께 일하는 동료와의 커뮤니케이션


 소통의 기술을 배운 것은 바로 '전 직장'이었다. 그리고 그 기술을 알려준 것은 내 사수도, 내 팀장도 아닌 나와 함께 일을 한 타 부서 직원들이었다.

 전 직장에서 난 별난 아이였다. 맨날 이 부서 저 부서를 뛰어다니며 일을 해결하기 위한 막내였고 자신의 영역 이상의 것들을 배우기 위해 노력했던 아이였다. 그러다 보니 나에겐 내가 소속한 부서원보다 타 부서 직원들이 스승이었다. 그리고 다양한 스승(?)들에게 이런저런 가르침을 배우고 그 배움을 업무에 응용해보니 업무의 효율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 효율의 기초는 바로 일을 하기 앞서 상대방에게 묻는 '질문'에서 비롯되었다.

 

 질문에 앞서 나는 하나의 가정을 늘 머리에 떠올린다.


우리 모두는 일을 한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편하게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이 가정은 정말 중요하다. 우리 모두는 일을 하지만, 어떻게든 효율적으로 빠르게 일처리를 하고 싶어 한다. 특히 그것이 마케터와 연관되어 있는 업무일 때, 우리는 어떻게든 머리를 쥐어 짜내어 결과물을 내어야만 한다. '기간', '테스트', 그리고 끊임없는 '수정'이 업무 프로세스에서 계속 있다면 그것에 맞추어 상대방이 보다 편하게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좋다. 그 편함이라는 것은 일을 설렁하는 것이 아닌 조금 더 느긋한 자세로 일을 여유 있게 할 수 있도록 마케터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는 의미라고 보는 것이 좋겠다.


 자 그럼, 이런 모든 가정을 default 한 채, 타 부서로 갔다면 그다음은 바로 질문이다. 어떠한 업무 프로세스가 그들에게 더 좋을지, 그리고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지 비교적 처음 단계에서 자세하게 물어본다. 이때 마케터가 처해있는 상황을 공유하는 것 또한 서로의 입장을 보다 빠르게 알 수 있는 과정이기에 꼭, 알려준다. 가령 차주에 나올 온라인 프로모션 릴리즈를 위해 기획안을 작성했다고 치자. 제 아무리 내 기획안이 1-2일 이후에 통과를 했다고 쳐도, 웹 디자이너 / 퍼블리셔까지 가야 하는 단계라면 다음 주 오픈도 사실상 빠르게 제작이 되지 않으면 힘든 것이 보통이다. 나는 보통 이럴 때 기획안이 통과하자마자 웹 페이지를 디자인하는 웹 디자이너에게 코딩을 해줄 퍼블리셔와 함께 자리에 착석해 내 기획안과 함께 디자이너와 상의를 한다. 이미지는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그리고 이 이미지를 어떻게 코딩할 것인지를 함께 이야기한다. 이때, 나는 각 실무자들이 원하는 것을 먼저 듣는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그리고 어떤 구성이 더 효율적인지 듣고 그것에 맞추어 디자인과 퍼블리싱을 요청한다. 이때 내가 할 수 있는 것들 또한 찾는다. 가령 각각의 페이지에 들어갈 랜딩 페이지를 미리 전달한다던지, 되도록 디자이너 또는 개발자들이 힘들지 않은 방향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곤 한다. 물론 이렇게 하면 힘든 건 '나 자신'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함께 일하는 상황에서 누구나 조금씩 희생하지 않는 한 일의 진전은 없다. 그리고 내 경험상, 내 업무를 함께 백업해줄 팀원을 찾는 것보다 타 부서 사람들을 맞춰준다는 마음가짐이 내 업무를 빠르게 진전시키는데 효과적일 것이다.

 이 모든 소통의 기본은 실무자들끼리의 '믿음'에서 비롯된다. 이 사람의 강점과 능력을 믿고 가는 것이다. 가령 디자이너들과 일하면서 나는 상대방의 강점과 능력을 믿고 그것에서 디렉션을 주는 편이다. 그렇게 되면 최상의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실무를 하며 많이 보았다. 이때 그들을 믿지 않는다면, 때로는 그들을 무시한다면? 결과는 상상에 맡기겠다.




CHAPTER 2. 고객에게 접근하는 방법


 고객을 소통하는 방법 또한 CHAPTER 1에서의 방법과 유사하다. 다만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는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사고 싶은지, 무엇을 갈망하는지를 데이터로, 육안으로, 때로는 직접 질문으로 묻는 것이다. 

 말만 들으면 굉장히 쉽지만 실제로 행하지 않는 마케터들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요새 들어 많이 느낀다. 고객에게 브랜드를, 제품을,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입장에서 고객의 니즈를 모른다면 마케팅의 성공은 불투명하다는 것을 실무를 하며 많이 느꼈다. 그렇다고 우리는 고객의 니즈를 한 번에 알아맞힐 만큼 용한 점쟁이 또한 아니다. 그렇기에 묻고, 직접 부딪히고 행동해야 한다고 본다. 

 일본 출장 때 있었던 일이다. 당시, 일본 오사카 햅파이브 팝업 스토어 지원 차 나갔는데 일본 고객님들의 특징을 잘 몰랐고 그저 신문으로, 뉴스로만 알았던 일본 고객들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잘 몰랐다. 그리고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배우고 호객하며 일본 고객님들을 직접적으로 체험하게 되었다. 

 언어는 통하지 않았지만 일본 고객님들은 '컬러', '스타일'을 추천받기를 좋아하는 특징을 지녔고 특히 여기에 일본어를 더해준다면 고객님들의 반응 또한 좋아진다는 점을 발견했다.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문을 열기 위해 기다린다는 일본의 서비스 정신 '오모테나시'를 적절하게 섞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또한 일본 고객들은 '인플루언서'에 연예인 못지않은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 또한 캐치했다. 이 모든 것들을 직접 몸으로 부딪힌 나는 한국에 돌아와 직접 매장 지원 등을 나가며 일본 고객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원하는 것들을 말도 안 되는 일본어로 물어보고 소개하고 때로는 파파고 어플을 보여주며 추천까지 해주었다. 거기다 일본 인플루언서 서칭을 지속하며 직접적인 협찬 또한 지속해서 요청했다. 그 결과는 얼마 안 되어 나타났다. 일본 방문 고객 중 80% 이상의 구매율로 나타났고 실제 일본 팝업스토어에서 컨택했던 인플루언서 사진을 들고 나타나는 일본 고객들이 속속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언어는 통하지 않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들을 캐치하고 실행하는 것은 고객과의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나는 이때의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CHAPTER 3. 그렇다면, 내가 준비할 것은 무엇일까?


 이 모든 것들을 위해 내가 준비해야 할 것은 바로 '열린 마음'과 '듣는 귀'를 지니는 것이다. 열린 마음으로 듣고 그들이 원하는 것들을 바로 캐치하는 것, 그리고 그것들에서 협상을 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능력이 마케터가 지녀야 할 소통의 자세가 아닐까 싶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묻고,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캐치하고, 협상을 할 것인지 아니면 그저 들어주고 공감해야 하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생각보다 난 성격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친한 직장 동료와 친구가 아니고서야 누군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지 않는다. 소통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공감은 해주되 아닌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보다 명확한 입장표명과 함께 필요 없는 이야기는 과감하게 끊어야 한다. 그래야 제 길로 소통이 가능하고 오해가 없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에 있어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만약 상대방의 말을 놓치고 기억하기 힘들다면 노트와 펜을 들고 상대방의 말을 적는 것 또한 좋다.

 소통의 능력은 업무에서만 발휘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인간관계와 인생에 있어서도 참 좋은 능력이라고 난 생각한다. 소통의 능력 덕분에 인맥 쌓는 것이 너무나도 '귀찮은' 나에게 여러 곳에서 프리랜서 업무 제안이 들어오기도 했고 이직한 지 2달도 안 되어 거의 모든 직원들과 친해진 것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업무들이 빠르게 정리된 것은 비단 능력이 좋아서가 아닌 소통의 능력에서 비롯됐다고 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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