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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명 Jan 09. 2021

예술은 쓰레기에 불과하다

'예술'의 얼굴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당신이 생각하는 '예술'은 무엇인가? 그저 막연하게 아름답고 고귀한, 또는 값비싼 사치품이라 생각하는가? 잘난 예술 따위, 당장 먹고살기 바쁜 당신에겐 그저 별나라 이야기일 뿐인가? '예술'이란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 고생이란 모르고 산 어느 귀한 집 자제분들이나 하는 고상한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이것은 당신을 포함해 나 스스로에게 던지는 '예술'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기도 하다. 좀 더 솔직해져 보자. 당신은(나는) 금수저 물고 태어나지도 못한 주제에 적당히 밥벌이나 해 먹고 살 일이지 미련하게 예술을 부르짖는 자들을 어리석다고 생각한 적 없는가? 혹은 배곯으며 평생 가난에 찌들어 살다 고독한 죽음을 맞고서야 그의 예술성이 조명받는 일이 당연하게 느껴진 적 없는가? '예술'과 '예술이 아닌 것'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것을 나누는 기준이 '아름다움(美)'이라면 '아름다운 것'과 '아름답지 않은 것'은 어떻게 나눠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은 인간의 삶 그 자체다. 예술은 언제 어디서나 당신과 함께 있다. 당신의 숨이 닿고, 눈길이 닿고, 손끝이 닿는 그 모든 것이 다 '예술'이다. 자연도 인공물도, 살아있는 것도 죽은 것도, 보이지 않고 느껴지기만 하는 것도 모두 예술이다. 하지만 '예술'이란 꼭 아름답고 숭고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그 진위를 가리는 명확한 기준도 없다. 그런데 (나를 포함한) 사람들은 자꾸만 착각하고 만다. '예술'에 진짜와 가짜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은 그저 '예술'일 뿐인데 진짜 예술과 가짜 예술을 나누고 '진짜 예술'은 동경의 대상이 되고 '가짜 예술'은 혐오의 대상이 된다. 때로는 둘 다 쉽게 조롱거리로 전락한다. 제 입으로 예술을 잘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작품이 이해하기 쉬워 보이면 가치가 덜하고 어렵거나 난해하면 가치가 높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예술은 꼭 ~해야만 한다'고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말이다.


 세상이 많이 좋아졌다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예술의 위상은 높지 않다. 위상이란 어떤 사물이 다른 사물과의 관계 속에서 가지는 위치나 상태를 말한다. 내가 이 글에서 예술의 위상을 말하는 이유는 예술이 우월하길 바라기 때문이 아니다. 나는 예술이 사람들의 '우상'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저 예술은 '개인과 사회, 시대를 담는 하나의 기술'이며 예술가는 '한 명의 서기로서 인간사의 모든 것을 기록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일반 시민들이 알며 사회는 예술인들에게 그에 맞는 예우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예술 작품'은 그저 '작가가 시대를 기록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예술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통념이 뿌리 깊게 박혀있다. 그로 인한 사회의 예술인들에 대한 처우는 아주 처참하여 안타까울 따름이다.


 '예술 작품'은 평범한 개인의 치열한 삶의 흔적이다. 그것이 비록 당신의 눈에 보잘것없어 보일지라도 예술은 그 자체로 가치 있다. 그들이 작품을 만드는 과정은 그저 복잡한 지구에 또 다른 '쓰레기'를 만드는 일에 불과해 보일지 모른다. 그래, 엄연히 말하자면 '예술'은 쓰레기가 맞다. 현실적으론 아무 쓸모없는 것들이 태반이다. 단순히 목숨만 부지하는 상태를 '살아있다'고 말한다면 예술의 존재 여부는 당신이 사는데 아무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를 조금만 돌아봐도 단순히 목숨만 연명하는 것만이 삶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고로 우리 사회에는 예술이라는 '쓰레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예술이라는 '쓰레기'는 당신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당신이 살아있게 만들 것이다. 그런 면에서 예술은 '공공재'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감히 천명하건대 예술은 분명히 '공공재'다. 이러한 사실에도 (당신이 예술을 쓰레기와 별반 다를 것 없다고 생각해왔다면) 당신은 여전히 예술을 마냥 '쓰레기'로만 취급할 수 있는가?


 최근 몇 년 간 최저임금, 근로자 보호 법 등 국가는 일반 근로자들에 대한 처우와 근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예술인들은 아직도 제대로 된 사회적 안전망이 존재하지 않는다. 예술인들은 2021년이라는 시대에 맞지 않는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보장되지 않는 소득과 비정기적인 일거리, 열정 페이는 당연하고 아주 유명한 몇몇을 제외한 사람들은 불가촉천민 계급에 머무른다. 거기에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이 선포된 후 온갖 공연과 전시가 취소됨으로 인한 예술인들의 피해는 어마 무시하게 크다. 위기는 언제나 모든 계층의 양극화를 심화한다. 그로 인해 안 그래도 위태롭던 예술인들은 속수무책으로 벼랑 끝에 몰려 우르르 추락하고 있다.


 우리가 예술을 '쓰레기'가 아닌 '공공재'로서의 관점으로 본다면 예술인들에게 기본적인 소득과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가 예술인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우리는 아직 예술이 '쓰레기'라 여기는 것 같다. 한 편에선 '진짜 예술'과 '가짜 예술'을 가려내는 쓸데없는 곳에 혈안이 되어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기도 한다. 그러는 동안 예술은 계속해서 죽어간다. 이쯤에서 다시 묻고 싶다. 당신이 생각하는 '예술'은 무엇인가? 당신이 그리는 '예술'의 얼굴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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