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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민해 Nov 29. 2022

서점, 어디까지 가봤니

내가 그리는 서점 지도

독립출판이란 대형출판사나 업체에 의존하지 않고, 1인이나 소규모의 사람들이 독립적으로 기획과 제작, 편집, 유통 등 일련의 과정을 독립적으로 거쳐 출판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출판된 독립출판물은 ISBN(국제표준도서번호)이라는 형식을 버렸기에 메이저 출판사나 대형 서점을 통하지 않고 독자들에게 유통되는데, 그 대표적인 경로가 바로 독립서점이다(펀딩을 통해 판매되기도 한다).


독립서점은 일반 대형서점들과 달리 대규모 자본이나 큰 유통망에 의지하지 않고 서점 주인만의 취향대로 꾸며진 작은 서점이다. 그곳에 입고되는 책 또한 서점 주인이 직접 엄선한 책들로 채워지기 때문에 주력하는 장르가 서점별로 다르다. 각 분야별로 예를 든다면 예술, 건강, 여행, 에세이 등으로 나뉘기도 하고, 일반 단행본과 소규모 출판물을 취급하는 곳도 있다. 지극히 서점 주인의 큐레이션에 따라 달라지는 다채로운 서점인 것이다.


나의 오랜 취미 중 하나는 '독립서점 방문하기'다. 책을 좋아하기에 서점 방문을 좋아하는데, 대형서점만 방문하다 보니 도서의 트렌드는 따라갈 수 있었지만 유명하지 않은 책을 발견하는 재미가 없었다.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는 대체로 비슷했고, 시대적 흐름에 따라 유행하는 책의 장르도 비슷하게 느껴져서 조금 더 색다른 책을 접하고 싶었다. 그렇게 찾게 된 서점이 독립서점들이었고, 꼭 독립서점이 아니더라도 독립서점과의 경계가 모호한 동네서점들도 방문하기 시작했다.

동네서점과 독립서점은 비슷한 듯하지만 조금 다르다. 동네서점 중 독립출판물을 다루지 않는 서점들도 많기 때문에 굳이 둘의 경계를 따지자면 독립서점은 동네서점안에 속한다고도 볼 수 있다. 독립서적을 취급하지 않는 동네서점은 기존 출판사에서 나온 좋은 책들을 서점 주인의 큐레이션에 따라 소량만 선별해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형서점과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지난주에도 새로운 독립서점을 다녀왔지만 서울만 해도 아직 내가 가보지 못한 다양한 서점들이 정말 많다. 시청에 위치한 서울도서관에서는 올해 6월 <서울형책방>이라는 동네 서점 지원 프로젝트도 진행했었다. 동네서점의 고유한 기능인 책 판매를 넘어 책을 기반으로 한 지역 문화공간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 운영과 온오프라인 홍보를 지원하는 프로젝트였다. 서울시 지역서점 대상 공개 공모를 통해 총 60곳의 서점을 선정하였고, 7월부터 10월까지 해당 서점에서 직접 기획한 다양한 문화행사와 독서모임, 독립출판 워크숍 등이 진행되었다. 나 또한 이곳에서 정보를 얻고 방문한 서점도 있었다.


서울이 아닌 다른 도시로 여행을 다녀올 때면 습관처럼, 아니 하나의 의식처럼 꼭 하는 것 중 하나가 그 동네의 서점을 방문하는 것이다. 누군가가 맛집을 탐방하는 것처럼 나는 국내여행 계획을 세울 때면 그 도시의 동네서점을 검색하고 여행 마지막 날 시간을 따로 빼 그곳을 방문하고 집으로 향한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았던 곳도 있었고, 홈페이지 소개나 후기와 달리 실망감만 잔뜩 안고서 돌아왔던 경험도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안타까운 건 과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방문했던 서점만 해도 몇십 곳이 넘는데, 그 서점들만의 고유한 특징이 내 기억 속에서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내 기억력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기에 방문한 서점의 목록이 길어질수록 기록하고자 하는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기억은 순간이지만 기록은 영원하다는 모 작가의 말을 다시 한 번 실감하는 순간이다. 앞으로 이 주제를 갖고 내가 방문했던 소중한 공간을 많은 분들과 나누기 위한 기록을 남기려 한다. 좋은 건 나누라고들 하지 않았던가. 이렇게 또 하나의 이야기 꾸러미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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