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층간 소음은 처음이지?

어디까지 참아봤니

by 내민해

9월 전라남도 여수에서는 층간 소음 때문에 일어난 다툼으로 2명이 죽고, 2명이 다치는 일이 있었다. 얼마 전에는 송파구의 한 아파트에서 층간 소음을 이유로 도끼를 들고 윗집에 올라가 현관문을 파손한 20대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층간소음 갈등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시민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비슷한 사건,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작년만 해도 신고 건수가 4만 건이 넘었는데, 재작년에 비해 두 배가량 늘어난 것이라고 한다. 올해는 8월까지만 해도 이미 4만 건을 넘었다. 재택근무가 활성화되고 비대면이 익숙해지면서 옹기종기 모여있는 집들 사이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 갈등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져 법적으로 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뉴스와 신문기사로만 접했던 이런 일들이 나에게도 생길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나의 층간 소음 이야기는 내가 새로운 곳으로 독립한 뒤 약 2년이 지난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 이야기는 그때부터 지금까지의 일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야기


30살의 목표 중 하나가 독립이었다고 한다면 비웃음을 살 일일까. 20대 후반부터 막연하게 혼자 살아보고 싶다 생각했는데, 30살이 되어서야 그 계획을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부모님 집도 서울이고 결혼도 안 했는데, 여자 혼자 살고 있다고 말하면 주위의 궁금증과 우려를 사기 마련이다.(참고로 부모님과 내가 살고 있는 집의 거리는 지하철로 40분 정도다)

'집 나가면 X 고생이다', '결혼도 안 했는데, 뭐 하러 사서 고생이냐', '부모님 밑에 있을 때나 돈 모을 수 있다' 등등 각종 우려의 말들을 아직도 종종 듣는다.

하지만 결혼의 여부와 상관없이 스스로 경제활동도 하고 있고, 삶을 혼자 꾸려나갈 여건이 되는데도 부모님께 의존한 채 살아가고 싶지 않았다.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부모님도 일찍이 동의하셨던 부분이다.


30살, 오피스텔 원룸에서 드디어 나의 첫 독립이 시작되었다.

독립을 준비하면서 가장 꼼꼼하게 따지던 한 가지가 있다면 그건 바로 안전. 1인 가구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요즘 같은 추세에도 아직 여자 혼자 산다는 것은 꽤 위험한 일이다. 굳이 알려서 좋을 것 없고 모르면 더욱더 좋은 그 어떤 것. 지금 살고 있는 이곳을 골랐던 가장 큰 이유도 안전해 보여서였다.


이곳저곳 참 많이도 돌아다녔다.

좋아하는 동네, 좋아하는 골목, 좋아하는 구조 등등

서울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이 방 저 방을 비교해보길 약 5개월쯤 처음으로 마음에 딱 드는 곳을 찾았다.

도시형 생활주택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총 298세대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가까운 건물이다.

1층부터 각종 CCTV가 사방에 달려있고, 아파트처럼 1층에 관리실이 있으며, 분리수거장과 무인 택배함까지 깔끔하게 잘 갖춰진 곳.

큰 도로에 있어서 밤길이 위험하지도 않고 20층까지 있어서 저층에 대한 두려움도 없다.

부동산에 매물이 올라오자마자 급하게 방을 보러 갔고 나의 예상처럼 마음에 꼭 드는 집이었다.

지금껏 봤던 어떤 곳보다 마음에 들었다. 바로 내가 찾던 곳!

방문한 첫날 바로 계약을 하고 계약금을 드렸다. 일주일 후 잔금을 치르고 이사를 시작했다.

그렇게 이 집에 살 게 된지도 거의 2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야 이 집의 가장 큰 흠을 찾아버렸다.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단 한 번도 고민해 본 적 없는, 내 인생에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해본 그것.


바로 층간 소음이다


이건 안전의 문제를 떠나서 자고로 집이란 편안해야 한다는 나의 모든 사고방식을 뒤흔들어 버린 엄청난 사건이었다. 여자 혼자 산다는 것은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르고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층간 소음에 대처하는 1인 가구 여성은 이보다 더 큰 용기와 둔감함을 필요로 한다.


나의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나만의 에세이가 될지, 나의 걱정과 망상이 키운 자전적 소설이 될지 그 끝은 아직도 알 수 없다. 왜냐?

아직도 그들은 현재 진행형이니까.

왜 그가 아니고 그들이냐고?

그건 지금부터 천천히 들려드리겠어요.

기대하세요.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또 다른 인생.


어서 와, 층간 소음은 처음이지?
나도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