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과 나의 관계는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다. 사건의 시작은 꽤 오래 전이지만 아직도 층간소음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졌다 말하기는 어렵다. 한편으로 다행인 것은 최근 들어서는 '몇 층 조용히 해주세요'와 같이 정확한 층수까지 명시하며 경비실에서 방송을 한다는 것이다. 그 전에는 '집 안에서 큰 소리로 뛰거나 오디오 볼륨을 너무 크게 틀어놓으면 이웃들에게 방해가 된다'와 같이 전체를 대상으로 한 방송을 했기에 지금과 차이가 있었다. 이제는 '몇 층 조용히 하세요' 같이 구체적으로 층을 언급하니 서로 더욱 조심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생기고 있다.
이제 내 정신건강은 많이 좋아졌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나에게 가장 안정감을 주었던 것은 가족들과 친구들의 도움 덕분이었다. 소음이 심한 날이면 부모님 댁에서 잠시 쉬거나 친구 집에 놀러 가서 하룻밤을 지내다 오기도 했다. 이웃들과 물리적으로 거리를 두는 일들을 반복하다 보니 조금 더 현실을 직시하면서 나의 일과 취미에 집중할 수 있었다. 덕분에 시간이 지날수록 혼자 집에 있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고, 편안한 뉴에이지와 클래식 음악을 골라들으며 마음을 평안하게 다스리는 법도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이웃들의 지속적인 소음에도 조금씩 적응하기 시작했다.
이 세상을 나 혼자만 살아갈 수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면 타인의 소음에 어느 정도는 익숙해질 필요가 있었다. 그들을 무섭고 두려운 존재로 인식하지 않고, 내가 내는 소음을 생각하며 그들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혼자 살다 보니 여럿이 함께 살 때는 몰랐던 예상치 못한 어려움들을 자주 만난다. 이번 층간소음은 그 문제들 중 가장 심각한 문제였고, 내 신변에 위협을 느낄 정도의 두려움도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통해 가장 크게 배운 것이 있다.
바로 관계의 소중함이다
나는 내향적인 성향을 가졌기에 혼자 있을 때 오롯이 행복하다고 느껴왔고, 내 곁에 있는 가족, 친구들을 소홀하게 대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 내가 어려움에 빠졌을 때 곁에 있는 사람들의 도움이 나에게 얼마나 큰 힘을 되는지 깨달았고, 그분들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무조건 혼자가 자유롭고 좋다는 생각은 나의 큰 오만이었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내 삶에 큰 행복과 안정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삶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30살이 되어 독립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층간소음은 나의 삶에 경종을 울리는 새로운 사건이었지만 나를 돌아보게 하는 뜻깊은 시간이 되기도 했다. 아직도 나의 이웃들은 종종 늦은 밤과 새벽에 시끄럽고, 무서운 소리를 내곤 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들의 방식에 적응하고, 받아들이며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다. 이 집을 떠나 이사 가는 날 이웃들에게 작은 편지를 하나씩 남겨두고 가고 싶다. 때로는 힘들 때도 있었지만 여러분 덕분에 나는 새로운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