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화 ‘치매가 있어도 존엄하게 살 수 있어요’

부제: 기억보다 더 깊은 곳에 있는 삶의 품격.

by YEON WOO



“치매에 걸리면 다 끝난 거 아니에요?”

어떤 이가 조심스레 물었다.

예전의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기억을 잃고, 시간과 사람을 헷갈려하는 모습을 보면

삶이 무너지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아니요, 절대 그렇지 않아요.”

치매는 기억을 지우지만 감정은 지우지 못한다.

사랑받는 느낌, 존중받는 눈빛,

자신이 여전히‘사람답게’ 존재하고 있다는 감각은

기억과 무관하게 남는다.


어르신들이‘존엄’을 느끼는 순간은 거창한 때가 아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옷을 스스로 고를 때,

점심 메뉴에 의견을 낼 수 있을 때,

머리를 단정히 말아주는 손길에 고개를 들며 거울을 볼 때.

그 작고 사소한 순간들 속에서 어르신의 눈빛은 말한다.

“나도 아직 여기 있어요.”

존엄은‘기억하는 능력’이 아니라

‘존중받는 삶을 사는 권리’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나는 돌봄을 할 때 항상 이렇게 되묻는다.

"이 어르신에게 이 상황은 모욕적이지 않을까?"

"이 선택을 스스로 하실 기회를 드렸나?"


우리는 누구나 기억을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존엄을 잃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그 존엄을 지켜주는 사람들로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돌본다는 건

그 사람의 약함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강함을 믿어주는 일이다.


존엄은

힘이 있을 때만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힘이 없을 때 더 단단히 지켜져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바라볼 때,

그 작은 시선 하나가

세상을 바꾸는 시작이 된다.


말 한마디, 손길 하나,

기다려주는 침묵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존엄을 지켜주는 울타리가 된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는

조금 더 느리지만,

조금 더 따뜻하게 흘러갈 것이다.


경쟁보다 공감이,

속도보다 온기가

중요해지는 세상.

나는 그 길을

조금 느리게라도 함께 걷고 싶다.

낮고 부드러운 마음으로,

존엄을 지켜주는 자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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