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화 ‘나도 늙어간다, 그래서 더 겸손해진다’

부제: 돌봄은 내가 걸을 미래를 미리 걷는 일.

by YEON WOO

처음엔‘도와주는 사람’과‘도움을 받는 사람’이

명확히 나뉜다고 생각했다.

나는 젊고 건강하니까. 나는 아직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치매 어르신들을 가까이에서 만나며

내 생각은 조금씩 바뀌었다.

돌봄은 위에서 아래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언젠가 걸을 길을

미리 따라가 보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어르신의 느릿한 걸음, 손 떨림,

때로는 반복되는 말과 잊힌 이름들 속에서

나는 문득 미래의 내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그건 두렵기도 하지만,

동시에 겸손함을 배우는 시간이기도 하다.

“누구도 영원히 건강하지 않다.”

“나도 언젠가 누군가의 손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그 사실을 매일같이 마주하니 누구를 돌본다는 일이

결코 우월한 위치에서 하는 일이 아님을 절절히 느낀다.


그래서 작은 일 하나에도 조심스럽다.

어르신 앞에서 무심코 던지는 말, 성급한 손길,

지시하는 말투...

이 모든 것들이 언젠가 나에게 돌아올지도 모른다.

나도 늙어간다. 그래서 더 겸손해진다.


돌봄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더 낮고 부드럽게 만드는 일이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낮은 자리에서 함께 앉아주는 것.

무언가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저 곁에 있어주는 것.


돌봄은 행동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마음의 자세다.

부드럽다는 건

약하다는 뜻이 아니라,

단단함을 감싸는 힘이라는 뜻이다.

낮다는 건

작아진다는 뜻이 아니라,

더 가까워진다는 뜻이다.


돌봄은

상대의 고통을 대신 짊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고통이 혼자가 아니라고

조용히 알려주는 일이다.

그 마음이

조금이라도 덜 외롭도록

내 마음을 내어주는 일이다.


그래서 진짜 돌봄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이고,

지식이 아니라 감각이며,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다.

그 선택이 쌓일 때,

우리는 서로를

조금 더 사람답게 만들어간다.

낮고 부드러운 마음이

세상을 천천히 따뜻하게 바꿔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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