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돌봄은 내가 걸을 미래를 미리 걷는 일.
처음엔‘도와주는 사람’과‘도움을 받는 사람’이
명확히 나뉜다고 생각했다.
나는 젊고 건강하니까. 나는 아직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치매 어르신들을 가까이에서 만나며
내 생각은 조금씩 바뀌었다.
돌봄은 위에서 아래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언젠가 걸을 길을
미리 따라가 보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어르신의 느릿한 걸음, 손 떨림,
때로는 반복되는 말과 잊힌 이름들 속에서
나는 문득 미래의 내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그건 두렵기도 하지만,
동시에 겸손함을 배우는 시간이기도 하다.
“누구도 영원히 건강하지 않다.”
“나도 언젠가 누군가의 손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그 사실을 매일같이 마주하니 누구를 돌본다는 일이
결코 우월한 위치에서 하는 일이 아님을 절절히 느낀다.
그래서 작은 일 하나에도 조심스럽다.
어르신 앞에서 무심코 던지는 말, 성급한 손길,
지시하는 말투...
이 모든 것들이 언젠가 나에게 돌아올지도 모른다.
나도 늙어간다. 그래서 더 겸손해진다.
돌봄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더 낮고 부드럽게 만드는 일이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낮은 자리에서 함께 앉아주는 것.
무언가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저 곁에 있어주는 것.
돌봄은 행동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마음의 자세다.
부드럽다는 건
약하다는 뜻이 아니라,
단단함을 감싸는 힘이라는 뜻이다.
낮다는 건
작아진다는 뜻이 아니라,
더 가까워진다는 뜻이다.
돌봄은
상대의 고통을 대신 짊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고통이 혼자가 아니라고
조용히 알려주는 일이다.
그 마음이
조금이라도 덜 외롭도록
내 마음을 내어주는 일이다.
그래서 진짜 돌봄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이고,
지식이 아니라 감각이며,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다.
그 선택이 쌓일 때,
우리는 서로를
조금 더 사람답게 만들어간다.
낮고 부드러운 마음이
세상을 천천히 따뜻하게 바꿔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