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화 ‘말보다 따뜻한 손이 먼저 닿을 때’

부제: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진심.

by YEON WOO


“무슨 말을 해야 하지?”

“어떤 이야기를 꺼내야 할까?”

나는 처음 치매 어르신 앞에 섰을 때,

늘‘무엇을 말할까’를 고민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알게 되었다.

말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것을.

한 번은 아무 말 없이 어르신 곁에 앉아

손을 조용히 잡은 적이 있었다.

그 순간, 떨리는 손끝이 내게 말을 걸었다.

“여기 있어줘서 고마워.”

“당신이 있어서 덜 무서워.”


치매는 언어의 문을 서서히 닫아버리지만,

마음의 문까지 닫지는 않는다.

손을 잡아주는 그 짧은 순간에도 우리는 연결될 수 있다.

눈빛 하나, 가만히 등을 쓰다듬는 손길 하나로

어르신의 마음에‘안심’이 피어난다.

어떤 날은 아무 말 없이

서로의 체온만 나누다 끝나기도 한다.

그런 시간이 오히려 말보다 깊은 위로가 된다.

사람은 누구나 이해받고 싶고, 받아들여지고 싶다.

그 마음은 말로 다 표현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가끔은 말보다 먼저,

따뜻한 손을 내밀기로 한다.


말은 때로

너무 늦게 도착하거나

너무 날카롭게 다가오기도 하니까.

하지만 손은

온기를 담아

침묵 속에서도 마음을 전할 수 있다.

그 손이

조심스럽게 어깨를 감싸거나,

무심히 건네는 컵 하나에 담기거나,

그저 곁에 있어주는 존재로 남을 때,

우리는 말보다 깊은 위로를 받는다.


사람은

이해받기보다

느껴지기를 원할 때가 있다.

그럴 땐 말보다 먼저

온기를 건네는 것이

가장 진심 어린 응답이 된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의 눈빛이 흔들릴 때,

그 마음이 무너질까 두려울 때,

말을 고르기보다

손을 내밀기로 한다.

그 손이 닿는 순간,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조금 더 단단히 믿게 된다.


그것이

진짜 공감의 시작이고,

사람을 대하는 자세의

가장 따뜻한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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