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화 ‘치매, 낯선 세상에 동행하는 마음’

부제: 이해가 아니라 공감으로 들어가는 길.

by YEON WOO



“여기는 우리 집 아니야.”

“엄마가 나 기다리고 있을 텐데…”

“오늘은 학교 안 가도 되나?”

그 말들이 현실에서 얼마나 동떨어졌는지를

처음엔 설명하고 싶었다.

“여긴 요양원이에요.”

“어머님은 오래전에 돌아가셨어요.”

“지금은 학교 다니지 않으셔도 돼요.”

하지만 그런 설명은 어르신의 마음에

혼란만 더 깊게 남긴다는 걸 곧 알게 되었다.

치매는 단순히‘기억을 잃는 병’이 아니라,

세상의 질서가 무너지고,

시간과 장소의 감각이 흩어지는 병이다.


그 세계는 우리에게는 낯설고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어르신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진짜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설명하려 하지 않고 그 세계에 동행하려 한다.

“그래요? 오늘은 학교 안 가도 되나 봐요.”

“어머님은 지금 당신을 자랑스러워하고 계실 거예요.”

“이 집도 정겹죠? 함께 있어줄게요.”

그렇게 말하면 어르신의 얼굴엔 불안 대신 미소가 피어난다.


돌봄은 정답을 말하는 일이 아니라,

마음을 함께 걷는 일이라는 걸

나는 매일 새롭게 배운다.

그들의 세계에 발을 들이는 것.

그것이 진짜 공감의 시작이고

진짜‘사람을 대하는 자세’라는 걸.


공감은

말을 맞추는 기술이 아니라,

마음을 맞추는 태도다.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려는 노력,

그 사람의 감정을 내 안에서 조용히 되새겨보는 일.

사람을 대한다는 건, 그저 응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다.

기분이 좋을 때만이 아니라,

불편하고 복잡한 감정 속에서도

그 사람다움을 지켜주는 일.


진짜 공감은

상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이 나오기까지의 침묵을 함께 견디는 것이다.

그 말 뒤에 숨은 마음을

조심스럽게 꺼내어

함께 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자세는

돌봄의 가장 깊은 뿌리다.

그 뿌리가 단단할 때

우리는 흔들리지 않고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 마음을 잊지 않으려 한다.

진짜 공감이란 무엇인지,

진짜 사람을 대하는 자세란 무엇인지,

그분의 하루 속에서 조용히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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