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화 ‘잊힌 이름을 다시 불러주는 일’

부제 : 존엄을 기억하는 가장 따뜻한 방식.

by YEON WOO

“박옥순 어르신, 안녕하세요.”

처음엔 나조차 어색했다.

“할머니”나 “어르신”이 익숙했고,

이름을 부르는 것이 마치 선을 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어느 날, 그분의 딸이 내게 말했다.

“우리 엄마 이름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엔 자기 이름을 들으면 눈빛이 달라져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깊이 부끄러웠다.

그동안 나는 어르신의‘존재’를 부르기보다

‘역할’로만 대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이름을 통해 세상과 연결된다.

이름은 나의 삶, 나의 이야기, 내가 걸어온 시간을 품고 있다.

치매는 그 이름을 잊게 만든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이름을 계속해서 불러주는 것이다.

조용히, 따뜻하게, 그 사람이‘누구였는지’가 아니라

‘지금 누구인지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나는 이제 이름을 부르는 것을 작은 의식처럼 생각한다.

박옥순 어르신, 김명자 어르신, 정말 소중한 그 이름들.

그 이름 안에는 그들의 웃음, 눈물, 인생이 담겨 있다.

우리는 그저 돌보는 사람이 아니라,

그 이름을 존중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 사람의 삶을

하나의 이야기로 바라보고,

그 이름이 걸어온 시간에

경외심을 품을 수 있어야 한다.

돌봄은 단순한 역할이 아니라,

존재를 향한 예의다.

그 사람의 선택과 상처,

기쁨과 슬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다.


이름을 존중한다는 건

그 사람을 하나의 세계로 인정하는 일이다.

그 세계에는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계절이 있고,

그 계절마다 지켜야 할 고유한 빛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해주는 사람이기보다,

곁에 있어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 이름이 흔들릴 때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그 이름이 빛날 때

조용히 손뼉 쳐줄 수 있는 사람.

존중은

가장 깊은 돌봄이고,

가장 오래 남는 사랑이다.

그 이름을 부를 때

마음으로 부르고,

그 존재를 마주할 때

진심으로 마주하는 것.

그럴 때 비로소

우리는 서로를

사람답게 돌보고,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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