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치매 어르신의 마음에 오래 남는 온기.
“이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어…
근데 이 사람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
한 어르신이 내 손을 잡으며 말씀하셨다.
내 이름도, 내가 누구인지도 가물가물하셨지만
그 손끝엔 따뜻한 무언가가 남아 있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치매라는 병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기억은 지워져도,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
그날의 이름은 잊혀도, 그날의 눈빛, 말투, 손길은
어르신의 마음속 어딘가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한 번은, 매일같이 불안해하시던 어르신이
내가 다가가자 갑자기 울먹이며 말했다.
“당신이 옆에 있으면 괜찮아질 것 같아…”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우리가 어르신 곁에 있어야 하는 이유를.
기억에 남는 사람이 아니라,
감정에 남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
치매는 사람의 기억을 조금씩 지워간다.
하지만 따뜻했던 감정은 뿌리처럼 남아
어르신의 하루를 지탱해 준다.
그러니 오늘도 나는 묻는다.
“오늘 그 어르신은 어떤 감정을 느끼셨을까?”
“내가 남긴 말과 손길은 어떤 기억으로 새겨졌을까?”
돌봄은 결국 기억보다 오래 남는 감정의 언어로 이뤄지는 일.
그 감정을 소중히 다루는 것이 가장 깊은 돌봄이라는 걸
나는 이제야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누군가의 눈빛에 담긴 슬픔을
그저 지나치지 않고,
말없이 머물러주는 것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를
조금씩 깨닫고 있다.
돌봄은
무언가를 해주는 일이기보다,
그 사람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다.
기뻐할 때 함께 웃고,
슬퍼할 때 함께 조용해지는 것.
그 감정의 결을 존중하는 것이
진짜 마음의 돌봄이다.
나는 예전엔
무언가를 해결해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감정을 바꾸려 하기보다
그 감정 곁에 있어주는 것이
더 깊은 사랑이라는 걸.
그 마음을
조심스럽게 다루는 법을 배우며,
나는 조금씩
사람을 이해하는 사람이 되어간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나 역시 돌봄을 받고 있다는 걸,
그 감정 속에서
나도 자라고 있다는 걸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