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어르신의 하루를 채우는 건 한 끼의 마음.
치매 어르신을 위한 돌봄의 현장에서
나는 “밥은 드셨어요?”라는 말이
그저 안부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날도 어르신은 나를 못 알아보셨다.
내가 몇 번을 말씀드려도 “처음 보는 사람이야”라고 하셨다.
그런데 밥을 먹고 난 뒤,
식판을 내려놓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밥, 참 맛있었어요. 고마워요.”
“이렇게 먹은 게 얼마 만인지 몰라요.”
그 말에 마음이 뭉클해졌다.
내가 해드린 밥은 아니었지만,
그 한 끼는 분명히 어르신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치매 어르신에게는 하루하루가 낯설고 불안한 시간이다.
그러나 밥상 앞에서만큼은 익숙하고 편안한 기억이
잠시나마 마음을 붙들어준다.
음식의 냄새, 따뜻한 국물, 고소한 반찬...
그 모든 것이 어르신의 과거와 이어진다.
입맛을 잃었던 분이 어느 날 감자조림을 보고
“이거, 엄마가 해줬던 거랑 비슷하네”하고
웃으시던 모습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그렇다. 밥상은 기억을 끌어올리는 조용한 다리다.
그리고 그 위를 건너는 것은 정서다.
말은 잊혀도 한 끼의 따뜻함은 오래 남는다.
돌봄 속에서 매일 차려지는 밥상은
말보다 깊은 돌봄의 언어다.
반찬 하나하나에 담긴 마음은
“괜찮니?”라는 물음보다
더 조용히, 더 깊게
마음을 어루만진다.
뜨끈한 국물 한 숟갈에
오늘 하루의 피로가 녹아내리고,
정성스레 썰어 넣은 채소 속엔
그 사람의 하루를 생각한
작은 기도가 숨어 있다.
밥상은
함께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서로를 돌보는 공간이 된다.
말없이 건네는 수저,
조금 더 챙겨주는 반찬,
그 모든 것이
“너를 아끼고 있어”라는
조용한 고백이다.
돌봄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순간 속에 있다.
그리고 그 밥상 위에서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조금씩 알아가고,
조금씩 채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