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화 말 걸어주는 손

부제 : 조용히 다가온 손, 마음을 흔들다

by YEON WOO

치매는 기억을 지워가는 병이다.

어제의 일, 사랑했던 사람의 얼굴,

자신이 누구였는지조차 흐릿해지는 그 병은,

마치 삶의 필름이 하나씩 빠져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 있다.

손의 온기, 눈빛의 떨림,

그리고 누군가 조용히 건네는 말 한마디가 전하는 마음이다.

나는 요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치매 어르신들과 시간을 보낸다.

처음엔 그들의 침묵이 낯설었다.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고,

눈을 마주쳐도 공허한 시선이 돌아올 때면,

내가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어느 날, 한 어르신의 손을 조심스레 잡고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을 때,

그분이 아주 미세하게 손가락을 움찔이며

내 손을 꼭 쥐어주었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말은 기억에서 사라져도,

손의 온기는 마음에 닿는다는 것을.

그 이후로 나는 말보다 손으로 먼저 다가간다.

말 걸어주는 손은 조용히,

그러나 깊게 마음을 흔든다.

치매 어르신들은 종종 과거의 기억 속에 머물러 있다.

어떤 날은 자신을 어린아이로 여기고,

어떤 날은 이미 세상을 떠난 가족을 찾는다.

그럴 때 나는 그들의 세계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들이 머무는 시간 속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그때 참 좋았죠.”

“그분이 정말 멋진 분이셨군요.”

그렇게 말하며 손을 꼭 잡아주면,

그들은 잠시나마 안정을 되찾는다.

그 손이 전하는 것은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라는 메시지다.

치매는 기억을 앗아가지만,

감정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한다.

손을 잡는 순간, 그들은 느낀다.

누군가 자신을 향해 마음을 열고 있다는 것을.

말 걸어주는 손은 단순한 접촉이 아니다.

그것은 마음을 여는 열쇠이고,

잊힌 세계에 다가가는 다리다.

나는 그 손을 통해 배운다.

인간은 기억보다 더 깊은 곳에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말보다 먼저 다가가는 손,

조용히 흔드는 마음.

그것이 치매 어르신들과 나누는 진짜 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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