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하LeeHa Sep 13. 2020

4000억 슈퍼리치, 예상 밖의 직업에 대해

닭 키우던 회장의 초유기농법을 내 삶에 적용하고 싶다.

사장을 키우는 사장, '사장학 강의'로 유명한 김승호 회장의 이야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유튜브 강의도 접해 보았고 그분께 직접 강의를 들었다는 지인들의 말씀도 전해 들었다.


그래서 김승호 회장이 어떤 내용을 책에 썼을지 막연하게나마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책을 직접 펼쳐보기 전까지 혼자만의 어림짐작을 했던 거다.


그가 쓴 책들을 읽는 중간중간. 구구절절 공감되는 내용들이 많아서인지 과거 기억들과 더불어 여러 가지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많은 분들이 김승호, 김승호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김승호 회장은 연 매출 1조 원에 부채가 제로인 기업, 스노우폭스의 대표다. 그가 운영하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락 회사,  스노우폭스 (snow fox)사는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로도 뻗어나가 매장만 해도 수천여 개가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스노우폭스 도시락 카페, 출판사와 프랜차이즈 꽃집 등이 있다.


지금의 성공은 숱한 실패 끝에 얻어진 값진 결실이기에 그의 생활은 수행자의 그것처럼 철저하기 이를 데 없다. 칠전팔기 오뚝이처럼, 불굴의 의지로 일어나서 4000억 재산가가 된 그는 <생각의 비밀>에서  오롯이 자기 인생을 다 드러내 보여주고 있었다.




김승호 회장의 인스타그램에는 닭이 강아지처럼 주인 뒤를 따라다니는 장면이 나온다고 한다. 김승호 회장의 책을 읽기 전에 누군가에게서 들은 이야기였다. (나는 어릴 때 시골 마당에서 수탉에게 종아리를 쪼인 후에 닭이라면 기겁을 한다. 그래서 닭 키우는 이유가 더 궁금했다.)


그 후 김승호 회장의 책을 읽다가 그가 애완용으로 한두 마리 키우는 것이 아니라 농장에서 수백 마리의 닭을 본격적으로 키운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재벌 회장이 어째서 병아리를 닭으로 키워내는 일에 빠졌을까? 무엇 때문에 그랬을까?

궁금했는데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책장이 술술 넘어갔다.


닭은 무서워서 병아리 인형으로 대신함



미국 휴스턴, 김승호 회장이 사는 동네에서 두 시간 남짓 떨어진 작은 시골 양계장에서는 150종이 넘는 병아리를 판매한단다. 그중 10종 10마리씩을 주문을 했다는데 이 병아리들이 구멍 뚫린 박스 포장으로 우편 배송되어 온다.


우체부가 살아있는 병아리를 배달해 줄 수 있는 이유는, 병아리는 태어나서 3일 동안 물과 음식을 먹지 않아도 체내의 양분으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거다. 처음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이다.


이렇게 도착한 병아리들을 무사히 키워내기 위해서는 37도 정도의 적정 온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병아리들은 무사히 자라 닭이 되어 뛰어놀기만 하면 될 것 같았지만 의외의 복병이 농장 여기저기 도사리고 있다.  농장 근처 산짐승과 야생 개들, 엄지손가락만 한 쥐들까지 닭을 공격해서 죽여 놓는다.


그 와중에도 공격에 먼저 대항하던 수탉들이 다 죽어서 암탉 천지인 닭 무리를 갖게 된 김승호 회장. 포기를 모르는 그답게 여러 방법의 대책들을 시도한다.(너무 인상적이라서 나는 김승호 회장하면 이젠 닭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 같다)


그는 수탉을 사기 위해 한 농장주를 찾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농장 경영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각에까지 영향을 끼친 여성 농장주를 만난다.



그녀는 너른 풀밭에 구획을 나누어 놓고 1번 구역으로 먼저 소와 염소를 들여보내 풀을 뜯게 한다. 며칠 후 소와 염소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고 1번 구역으로 닭들을 들여보낸다.


소똥에 있는 유충과 벌레를 잡아먹은 닭들은 질소비료인 닭똥을 싸놓는다. 닭들은 소와 염소가 윗부분을 뜯어먹어 적당한 길이로 잘린 풀과 똥 속의 벌레를 섭취한 까닭에 최상품의 달걀을 낳는다고 한다.


그 후 소, 염소, 닭들은 2번 구역으로 이동하고 1번 구역은 한 달 동안 출입이 금지된다. 그 사이 1번 구역의 초지는 소똥, 닭똥들로 풍성해진다.


토지가 손상될 틈 없이 자연 그대로 보존되며 가축들은 잘 자라고 양질의 달걀을 생산해 낸다.


"자연의 모든 것은 무엇 하나 서로 연결되지 않은 것이 없답니다. 농장을 운영하면서 대지, 식물, 동물, 인간을 하나의 커다란 원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중략) 유기농업은 생산품 자체의 유기농을 말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생산과정 전체가 유기적 관계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사용되어야 하는 겁니다."   


<생각의 비밀> 중에서



농장주에게서 수탉을 사 오면서도 자연을 존중하는 법, 즉 초유기농법을 전수받은 김승호 회장은 곧바로 실천을 한다


농장에서 자신의 닭들에게 비료를 주는 대신 풀밭에 풀어놓고 키우며 야생동물을 쫓는 용도로 닭 지키는 개 두 마리를 같이 놀게 한다.  


몇 달 지나지 않아 닭들은 하루에 수백 개씩의 싱싱한 달걀을 낳았고 농장의 어느 부분도 훼손되지 않았다. 비료값이 따로 들지 않았음은 덤이다.




이 초유기농법은 김승호 회장의 닭 키우기에만 적용된 것이 아니라 사업에까지 영향을 끼치게 된다.



'누구에게나 좋은 일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이 사업의 목표가 된다. 이 사업이 우리 회사의 구성원에게도 좋은 일이고, 우리의 고객에게도 좋은 일이고, 우리의 거래처에도 좋은 일이며, 사회에도 좋은 일이라면 그것은 할 만한 일이다.

<생각의 비밀> 중에서


기업이 모두에게 좋은 일을 하면서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 김승호 회장은 자신의 직업을 묻는 사람에게 농부라고 말한다고 한다. 뭔가를 심고 키우는 일을 좋아하기 때문이라는데 누군가가 진지하게 다시 묻는다면 스스로를 '생각사'라 부르겠단다.



생각을 전문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 생각사 (변호사, 의사처럼 뒤에 선비 사士 자를 붙인다)로 자신을 부르는 그는 끊임없이 생각하고 상상하면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나는 그를 철학자로 여기고 있었는데 '생각사'라니. 아주 특별하고 친근한 느낌이 든다. 닭 키우는 마음씨 넉넉하고 인품 좋은 동네 아저씨가 있다면 그를 꼭 닮았을 것 같다.


그를 따라서 생각하고 상상하면 다들 큰 부자가 될 수 있을까?


농장에서 닭 몇 마리를 키우면서도 이렇게 깨달음을 얻는 그는 절대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초유기농법을 닭 키우는 데만 국한하지 않고 사업의 영역으로까지 확장시킬 수 있는 그는 비범 중의 비범한 이다.


누구에게나 좋은 일이 되도록 하는 것. 그게 사업의 목표라고 공언하는 그는 철학하는 사업가이다. 진정한 생각사이다.


오늘부터 '생각' 시작! 한다고 곧바로 비범해질 수야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생각'을 하며 살고 싶다. 생각과 배움이 연결되어 나와 너, 우리 모두를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삶의 초유기농법'에 대해 상상해 본다.


최소한 나를 생각하는 것만큼 나를 둘러싼 주변인들의 입장도 생각해 본다면, 자연과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길 꿈꾼다면, 선한 의도로 배려해주는 행동들이 쌓이고 쌓인다면 또 누가 알겠는가?!


우리 모두 누구의 삶도 함부로 훼손시키는 일 없이 함께 지켜나가면서 '삶의 생각사'가 되어 각자 이루고 싶은 것들을 다 이루며 살고 있을지...


이 글을 읽는 모두의 삶이 그랬으면 좋겠다. 


건강하고 아름답고 충만한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사진 : photo by JULIANA
















매거진의 이전글 재벌 왕회장, 그는 앙트레프레너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