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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하LeeHa Jul 09. 2020

재벌 왕회장, 그는 앙트레프레너였다

창조적파괴자의 삶을 들여다 본다

얼마전에 읽은 책에서 낯선 이름 하나를 발견했다. 왕융칭.  그는 대만에서 유일하게 '세계 50대 기업인'에 든 사람이다.


생을 검소하게 지내며 때수건 1장을 30년간 사용하고 양복 한 벌로 20년을 버틴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런 그가 사후 자신의 전 재산 9조 원을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영원히 남게 됐다.


어릴 적 가난했던 왕융칭 회장은 학업을 그만두고 16세에 쌀가게 점원을 시작으로 생계에 뛰어든다. 쌀을 도정하는 정미소 근처에 쌀가게를 열었으면 좋았겠지만 돈이 부족한 그는 멀리 떨어진 곳의 한구석에 가게를 얻을 수 밖에 없었다.


지리적 위치의 불편함으로 인해 사람들의 발길은 뜸했다. 가게가 곧 망할 위기에 처하자 그는 낙담하는 대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하면 쌀을 팔 수 있을까?"

자신의 문제를 고민하던 그는 타인의 문제에 고개를 돌리게 된다. 그리고 해결책을 찾아냈다.

당시에는 쌀에 돌이 많았는데 밥할 때 사람들이 골라내야 했고 잘 못 고를 경우에는 밥을 먹으면서도 돌을 씹기 일쑤였다.


왕융칭은 '사람들이 불편을 느끼는 그 지점'에서 해답을 구했다. 시골에 사는 동생들을 불러들여 쌀에서 일일이 돌을 골라내는 작업을 하도록 시켰다.  왕융칭의 쌀은 없어서 못 팔릴 정도로 잘 팔렸다.


여기서 만족한 게 아니라 한발 더 나아가 고객의 마음을 읽기 시작한 왕융칭은 쌀배달을 실시한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90년 전, 방문 배달이라는 이름도 개념도 없을 당시에 오로지 고객의 편의를 생각하며 배달 서비스를 한 사람이 바로 왕융칭이다.


그뿐이 아니라 각 고객의 식구 수에 맞는 쌀 소비량을 모두 기록해 두었다가 쌀이 떨어질 때쯤 미리 배달을 해 주었다. 간 김에 고객들의 쌀독을 씻어 주었으며 언제나 새 쌀을 바닥에 먼저 집어넣고 묵은 쌀을 위에 올려 주었다고 한다. 묵은 쌀을 먼저 먹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써준 것이다.


그 후 2차 대전이 발발하여 쌀 수급이 어려워 쌀가게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 왕융칭은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식구들이 굶어서 바싹바싹 말라가는 것을 본 왕융칭은 밭에서 수확 후 버려지는 배추 껍데기를 주워다가 쌀겨와 섞어서 사료로 만든다.


그리고 동네에서 말라비틀어진  거위들을 사서 사료를 먹이기 시작한다. 잘 먹여 살찐 거위는 두 배 이상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날개 돋친 듯 팔리게 되었다.


이렇듯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문제까지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사업이 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사업가에게 문제는 기회이며 선물인 셈이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금융 위기, 저성장, 실업, 대공황이라는 자본주의의 실패에 대한 대응책으로 혁신가인 앙트레프레너를 이야기했다. 앙트레프레너는 혁신을 통해 기존 질서를 파괴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사람을 뜻한다. 석유 같은 천연자원이 샘솟는 나라가 아니라면, 한 나라의 부의 수준은 '얼마나 많은 앙트레프레너를 가지고 있느냐'로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탠퍼드는 이렇게 창업했다> 중에서



앙트레프레너는 항상 변화를 추구하며 그것에 반응하여 기회를 잡는 사람을 말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인류의 삶을 변화시키고 사회를 부유하게 만드는 사람, 창조적파괴자로 불리기도 한다.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 역시 앙트레프레너였고 그의 노력으로 인해 대항해시대가 열렸다. 그 후 수많은 앙트레프레너들이 양산되었기에 20세기 식민지에 불과했던 미국이 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강철왕 앤드류 카네기는 강철 가격을 낮춰 미국 전역에 철도를 만들었고 그 결과 무수한 공장들이 세워졌다. 발명왕 에디슨의 전구는 생산시간을 연장시켰으며 석유왕 록펠러의 석유 사업은 대량생산의 아버지인 헨리 포드가 자동차를 만들어 일반인들도 운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었다.


빌 게이츠는 가정용 PC를 보급하여 인터넷 혁명을 일으켰고 스티브 잡스는 PC와 핸드폰을 결합한 스마트폰으로 또 다른 차원의 세상을 만들었다. 마크 저커버그의 페이스 북, 래리 페이지의 구글, 제프 베조스의 아마존 등 IT기업 탄생의 초석이 된 것이다.


이들 모두가 앙트레프레너로 불린다. 변화에 민감하며 눈앞에 닥친 시련이나 문제를 새로운 기회로 전환하는 능력이 탁월한 그들을 보면서 우리도 우리 삶의 앙트레프레너가 되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왕융칭 회장처럼 작고 사소한 것도 지나치지 않는 디테일에 집중하는 힘을 바탕으로 수많은 앙트레프레너들의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관점을 갖추게 된다면, 우리도 우리가 원하는 모습의 삶을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전세계를 호령하는 앙트레프레너가 되기 이전에 내 삶 속의 작은 변화를 주도하며 내 삶의 앙트레프레너가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 그것이야말로 의미있는 일 아닐까? 그들도 자신들의 인생을 바꿔 나갔는데 우리라고 못 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말이다.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의 각도를 조금만 움직여 봐도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커다랗게 방향을 틀어 우리를 새로운 세상으로 데리고 갈지도 모를 일이다.


앙트레프레너들은 많은 문제를 기회로 보고 다가섰기에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었다. 그들은 실패할 수백, 수천의 이유를 뒤로 하고 진일보하였다.


오늘 우리가 해야만 하는 단 한 가지 이유를 찾아서 위기 속에서도 실행해 낸다면 우리도 우리 삶의 앙트레프레너, 창조적 파괴자가 될 것이다.



사진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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