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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도 뛸 수 있거든!!!

글 쓰는 할머니, 한*리 선생 되다

by 연글연글




영어 유치원을 다녔던 손녀는 우리말 어휘나 문장 이해력이 다소 부족한 듯,

내가 말을 조금만 길게 해도 “응? 응?” 하고 되묻기 일쑤였다.


걱정 많은 할미는, 외국어 공부하느라 국어를 소홀히 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마어마한 국어의 깊이를 알기에.

​과거에 초등학생들 과외지도 선생을 했었고 ‘일타강사’가 꿈이기도 했던 나는, 곧바로 독서 지도사 공부를 시작했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아이들도 좋아하니까, 고민 없이 3년 전에 한*리 선생님이 되었다.





아이들과의 수업 시간은 별 거 없던 내 일상에 비타민과도 같은 시간이 되었다.


딱딱하고 무뎌진 어른들의 마음도 꾸준히 글쓰기를 하다 보면 말랑말랑해지는데, 하물며 보드라운 아이들의 마음에는 글쓰기가 얼마나 많은 꽃을 피워 올리겠는가!


글로 피어나는 아이들이다.

​아이들과 수업을 하면서 생각을 또박또박 말하고 자기 의견을 분명하게 표현하는 모습들을 보다 보면,

툭하면 말귀 못 알아듣고 엉뚱한 소리만 하는 누구네 하라방도, 이참에 같이 앉혀놓고 공부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들곤 한다.

'얘들아, 한*리 정도는 공부한 상대를 만나야 소통이 즐겁단다.'


내 마음속의 외침이다.

아이들의 웃음과 꿈,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응원하며 우리는 즐겁게 글을 쓴다.


아이들은 모두가 이쁘다.

동글동글한 뒤통수도,

반짝이는 눈동자도,
내 장난에 배시시 새어 나오는 실웃음도

모두 사랑스럽다.

내 눈에는 즈그들이 그렇게도 예쁜데,

그들 눈에 나는 영 아닌가 보다.

​하루는 수업 중에,

갑자기 창밖에서 화재 경보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렸다.

순식간에 아이들 눈에 겁이 번졌다.


나도 당황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아이들을 다독였다.
다행히도 곧 “오작동”이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찰나, 한 아이가 묻는다.

“선생님! 선생님 몇 살이에요?”

​의아한 내가 되묻는다.

“선생님 나이는 갑자기 왜?”

​아직 놀란 마음이 진정되지 않은 듯,

아이는 울먹이며 대답했다.

“선생님이 나이가 많아서, 우리 데리고 뛰어서 대피 할까 봐요!!”

​허참. 헛웃음을 지으며 나는 말꼬리를 올린다.
“선생님도 뛸 수 있거든!!!”

​그렇게 우리는 오늘도 울고 웃으며, 우리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간다.


아이들과 함께 배우며, 오히려 아이들에게 내가 더 많이 배우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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