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책
내용은 사실주의.
글솜씨는 날것 그대로.
곱게 정제되지 않은 나의 이야기가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역시나 나를 닮아 못나고 완벽하지 못한 채로.
이 투박한 글에 입힐 옷도 비슷했다.
"좋은데?" 대표님도, 남편도, 나도 만족했다. 더없이 어울리는 표지 디자인이었다.
하지만 딸들의 반응은 썰렁했다.
“엄마, 좀 촌스러워. 요즘은 파스텔톤 일러스트가 유행이야......"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나랑 딱 어울리는 거네.
촌스럽고 소란스러운 것.
그게 나다.
유행을 따르기보다 ‘의도된 레트로’라고 해두자.
그렇게 우리의 고집대로 밀어붙였다.
지인의 추천 문구까지 자리를 잡으니
잠잠하던 심장이 다시 나대기 시작했다.
"야, 심장아. 눈치 챙겨. 진정 좀 하자."
호들갑스러운 나를 진중한 무게감으로 붙들어준 대표님의 추진력은 대단했다.
결정된 방향대로 편집이 착착 마무리됐고,
견본 도안을 확인한 뒤 드디어 인쇄에 들어갔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부모님이 큰맘 먹고 사주셨던 동화 전집이 있었다.
계몽사였나, 그 유명했던 오렌지색 전집.
이름은 가물가물해도 온통 노란 세상 속에서 행복했던 기억만은 선명하다.
내 마음속에 오래 고여 있던 그 노란 꿈.
그 꿈이 예순을 넘어서야 비로소 글이 되었다.
벅차다.
얄궂게도 나는 그 노란빛과 딱딱했던 표지의 감촉만 기억할 뿐, 그 행복한 기억을 어떻게 키워갈지 고민해 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글을 쓰고 싶다'에서 '글을 써야지'로 넘어가지 못한 채 그렇게 살아왔다.
그저 하루하루, 주어진 삶의 모양대로 살았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글 쓰는 시간을 만났고, 글을 쓰는 일이 행복해졌다.
이 자연스러운 흐름.
내가 오래 품어온 꿈의 깊이가 세월과 조용히 맞닿아 일으킨 기적은 아닐까.
흔히들 말한다. "내 살아온 얘기 적으면 책 한 권으로도 모자라."
맞는 말이다.
누구의 인생도 같은 길은 없고, 같은 무게도 없다.
오직 절대적인 나만의 무게가 있을 뿐. 그게 인생이다.
잘난 것 하나 없는 평범한 이웃 할머니가 들려주는, 중년을 건너온 이야기다.
그래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하나 있다.
인생,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유쾌하게 웃으며 건너가면, 그만이다.
구정 연휴가 지나면 나의 첫 책이 나온다.
촌스러운 듯 정겨운, 이 '레트로' 책 구경 한번 해보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