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사: 박재하, 35세
앞서 저의 심리 상담소를 방문한 여러 내담자 분들께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 주셨지요.
각양각색의 인물들의 목소리를 빌려 이야기 하였던 것은 사실 모두 1인, 저의 자전적 경험입니다. 하나의 에피소드는 제 경험 낱낱의 작은 조각들이고요. 1차전, 2차전, 3차전, 세상과 화해할 겨를 없이 전쟁을 치를 때마다 성질은 거칠어졌습니다. 약물 치료를 받기도 하고, 심리 상담이나 인지치료, 집단 치료에 참여하기도 하였으며, 말 그대로 ‘폐쇄 병동’에 입원하기도 하였습니다. 어떤 것은 도움이 되었고 어떤 것은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모든 치료와 조언이 무색하게 결국 나를 치유하는 것은 나 자신이어야만 했습니다.
위험은 삶의 도처에 지뢰마냥 널려 있습니다. 나의 불행이라고 해서 특별히 애처롭고 비장한 것이 아닙니다. 어떤 일은 그저 일어납니다. 의도대로 태어난 것이 아니고 의도대로 살아갈 수도 없다는 것 역시 받아들여야 할 일입니다. 꿈과 환상으로 가득 찬 ‘동화’가 넌지시 주입하는 ‘당위성’을 경계해야 합니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습니다. 자연은 비인격적이며 무작위하고 무정합니다. 지금 일어나는 모든 일은 그저 현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무람 없는 현상에 일일이 부여하는 개인적 ‘의미’가 언제나 비극을 초래하는 법입니다. 그랬더라면, 혹은 그러지 않았더라면,이라는 가정이 무슨 소용이겠어요. ‘누구나’는 그저 ‘그때’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해온 것입니다.
저 역시 매 조각에 의미 부여를 해 왔고, 이가 나가거나 헤졌다고 생각해 대부분 버렸습니다. 부분 부분 맞추어진 그림들은 보기에 따라 마냥 아름답지만 않은 것 같습니다. 각 부분들이 서 너 살짜리 아이의 낙서 같기도 하고 난해한 추상화 같기도 합니다. 미완으로 남아 영영 추측 불가 할 수도 있겠으나,
보는 이에 따라 해석이 다른, 따분하지 않은 그 무엇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여태 가진 것 중 가장 밝은 조각을 손에서 떨구어 버립니다. 빛나던 그렇지 않던, 이제는 상관없습니다. 조각들은 천진한 얼굴을 하고 서로를 멀뚱히 바라봅니다. 쥔 조각 어느 것 하나 하찮은 것이 없습니다. 하나마다 부여했던 의미를 좀 덜면 인생도 축제가 될지 모를 일입니다. 큰 한숨 내쉴지언정 사랑할 수밖에 없습니다. 놓을 자리를 고르며 천천히 퍼즐을 훑습니다.
2022년 대한민국 35세 박 과장님과 모든 직장인 여러분께, 이 기록을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