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누가 기침 소리를 내었어..."

by 연서
【나는 무엇인가, 세계란 무엇인가, 세계와 나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떤 철학책을 펼치든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문장이다. 인문학 좀 읽어 봤다 하는 사람이라면 이제는 ‘점심은 먹었는가?’ 정도로 들릴 만큼 흔한 문장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나는 윗 문장을 마주할 때마다 매번 새롭게 소름이 돋는다.


나는 나, 세계, 관계 중 ‘나’에 가장 집중하며 살아왔다. 나는 누구고, 왜 사는지가 항상 궁금했다. 유난히 이타적이고 넓은 인간관계를 가진 친구들과는 다르게, 나는 항상 나를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그렇다고 항상 ‘나를 위해’ 살아왔느냐 하면, 그것은 또 아니고, 다만 처음 만난 사람의 이름과 나이, 사는 곳, 그의 출신 학교와 전 애인에 대해 궁금해한 적이 없는 정도였다. 내게 중요한 세상은 ‘내가 이해하는 세상’이다. 어떤 이가 말했듯, 내가 나 이외의 자아가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할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나를 온전히 이해하기 전까지는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인 것만 같다.


『연옥님이 보고계셔 2』, 억수씨

아무튼, 인생을 올인할 만큼은 아니지만 일상을 크게 좌우할 정도는 되는 나의 철학적인 고민은 여전히 지지부진하게 이어지고 있다. 인문서를 읽으며, ‘오 나도 이 생각했는데!’라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드는 위대한 스승들(채사장의 말을 빌림)의 도움으로 세상을 조금씩 이해할 때면 도파민이 폭발하며 정신이 한 단계 성숙했다는 만족감을 느낀다. 방금 전만 해도, <우파니샤드>를 당장 주문해 세계의 절반을 이루고 있는 흐름에 몸을 맡기고자 하였으나, 알라딘의 1만 원 이상 무료배송 정책에 따라 9,900원짜리 우파니샤드가 12,400원 결제를 요구하는 것을 보고는 주문을 미뤘다. 세계의 절반을 손에 넣기 위해 치킨 한 마리 값도 지불하지 못하는 철학자라니! 힘이 빠지는 순간이다. (아마도) 범신론적 세계관을 가진 내가, 이 무한한 다중우주의 유일한 존재 의미인 내가 먼 훗날에 존재했었는지도 확실치 않은 한 명의 개똥철학자로 남을지, 혹은 세계를 이해한 위대한 스승(남을 가르칠 생각이 없으니 스승은 되지 못하겠지만)으로 남을지 나도 궁금해하는 중이다.



23.02.0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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