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은 그런 시간이었네요.

연분도련 캘리에세이 #10

by 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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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우산을 쓴다는 건, 맞닿은 어깨의 시간을 우산에 떨어지는 빗자국처럼 새겨두겠다는 거야.
비 오는 날 함께 음악을 듣는 일, 내 우산을 빌려주는 일,
그리고 비 오는 날에 만나는 일은 조금 더 진하게 기억하고 싶다는 거야.
혹은 그 모든 시간을 빗속에 실어 보내겠다는 거야
-미래에서 기다릴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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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의 기억은 참 선명해요.

‘비 오는 날’이라는 말을 생각하면서 조용히 지난 추억을 돌아보면 고민할 틈도 없이 머릿속에 그려져요.


봄바람이 따사로이 불어오는 좋은 날 함께 떠난 소풍보다

사람이 북적이던 미술관에서의 데이트보다

비가 내려서 계획이 취소되고 결국 카페 구석 자리에 앉아 비를 구경한 날이나

하나의 우산 안에서 서로의 한쪽 어깨에 비를 맞아가며 걷던 홍대 골목길이나

갑자기 쏟아지는 장맛비에 깜짝 놀라 함께 달리던 중랑천 산책로나…….


그런 날들이 더 선명하게 남겨져 있는 건,

비가 내리는 날은 우리가 더 솔직해지는 날이기 때문일까요.


조금 추운 하루에 의지할 누군가가 있다는 것에 행복을 더 크게 느끼며

내 마음을 어느 때보다 수줍지만 솔직하게 보여주는, 건네주는 시간.


비 오는 날은 그런 시간이었네요.


우리가 같이 비를 맞던 순간들을 기억해요.

우리가 함께했던 그 어느 날보다 선명하게 새겨있는 그날들을 기억해요.

그리고 조금 외로이 비가 내리는 날,


그 기억에 망설여질 때. 꼭 나를 불러줘요.

그럼 내가 우산을 들고 마중 나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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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캘리그라피 _ 연분도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