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 변산바람꽃
"벌써..? 곧 나갈게."
엉켜 있는 끈을 풀고 싶었던 걸까.
너와 마지막 약속을 잡았다.
매번 약속 시간에 늦던 난
20분을 일찍 너의 집 앞에 도착했다.
불편한 기다림에 요 근래 다시 붙잡은 담배를 꺼냈다.
떨쳐버리겠다고 네게 그렇게나 다짐했던 담배.
[칙!,,, 칙!,,,, 칙!,,,,]
'이 씨.. 이거 왜 이렇게 안 붙어..'
때아닌 세찬 바람에 불이 붙질 않는다.
쓰고 있던 모자로 바람을 막고서 엄지가 새까매지도록 부싯돌을 굴려도 붙질 않는다.
이미 캡슐을 깨어 젖어있는 담배 끝을 꽉 깨문다.
'하....'
도로 옆 하수 구멍에 목적을 이루지 못 한 꽁초를 던진다.
"잘.. 지냈어?"
"응." (아니)
".. 생각을 해봤는데."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고집 센 나에게 맞춰줘 온 너.
눈앞의 넌 여태까지의 복수라는 듯
차갑게 입술을 움직인다.
그렇게나 사랑했는 작은 입술.
그 입술로 너는
이별을 말한다.
"담배는 끊고. 기관지도 안 좋으면서."
"그래." (아니)
우리가 될 수 없는 이유를 조목조목 따져가며 이별을 고하려던 난,
외려 너의 차가운 입김으로 별다른 노력 없이 목적을 이룬다.
너는 뒤돌아 나의 길을 떠난다.
나도 뒤돌아 너의 길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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