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꽃말

003. 마다가스카르자스민

by 한량돌

'과습..'


이파리는 물론 줄기까지 누렇게 바스러지는 원인은 과습이었다.



회색빛의 10평 남짓한 작은 투룸 아파트.

초록이 있었으면 했다.


반대편 높은 아파트에 가려져 해가 잘 들지 않는 데다 평소 암막 커튼을 치고 어둡게 살았지만

영양제와 조명으로 어떻게든 되겠지 싶었다.


이 아이에게 '덩굴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잘 자라줄까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몇 주가 흐르고 관심이 시들해지던 차에 무심히 벽을 바라본 순간,


줄기 한 켠에서 싱싱한 줄기가 1m 가까이 뻗어 나와 있었다. 뽀득뽀득한 아기 잎들과 함께.

날 좀 봐달라고, 더 붙잡을만한 곳을 만들어달라고 저렇게 춤을 추면서.


'왜 몰랐던 거지..?'


뒤통수를 맞은 듯 당황스러우면서도

덩굴이의 생동감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곧장 줄기가 잘 뻗을 수 있게 지지대를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문득 아이의 크기에 비해 화분이 좀 작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번 주말엔 분갈이를 해줘야겠다.'

오랜만에 볼이 붉어졌다.


간단히 분갈이를 공부하고 대형마트와 다이소를 돌며 큰 화분과 마사토, 그밖에 좋다는 흙과 영양제 등을 샀다.


타이밍이 얼추 맞았던 것 같다.

작은 플라스틱 화분에 빈틈없이 뿌리가 가득 내려있었다.

요 몇 주간 얼마나 답답했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 미안했다.


더 큰 화분에 배수를 고려해 바닥부터 흙과 돌을 잘 선별해 채웠다.

그리곤 물을 듬뿍 주었다. 영양제도 두 종류씩 꽂아주었다.


'고마워라.. 여의치 않은 환경인데도 넌 날 기쁘게 해 주는구나.'


좁은 거실이 흙과 물로 난장판이지만 어찌나 뿌듯하던지.


그런데 바쁘게 성장의 춤을 추던 덩굴이가

돌연 말라가기 시작했다.


과습이 원인이라는 결론에 이르렀고 나는 고민했다.

흙이 마를 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볼까.

아니지, 바로 흙을 갈아주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그런데 몸을 움직일 여력이 없다.

저 아이가 끝에서부터 누렇게 말라가며 떨어지는 모습을

나는 비참하게 바라보고만 있다.

미안하다. 미안해.


네가 떠난 지 한 달이 조금 안 되었을 무렵이었어.


'키우기 쉽다면서..'

'물을 흠뻑 주라고 했으면서..'


너의 연락이 뜸해지고

그러다 문득 나를 떠나간 것처럼

덩굴이도 그렇게 죽어가는 걸까.


고개를 베개에 묻자 다시 떠오른다.


네게 마음을 잔뜩 전하면 계속 사랑해줄 줄 알았는데

망할, 이기적인 기대만 흠뻑 쏟은 게 아닐까.


그러면서도 나는 더 큰 사랑을

네게 돌려 받길 기대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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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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