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구 Aug 20. 2018

별 볼일 있는 영월

별이 빛나던 밤, 그대가 나에게...

새벽까지 독서실에서 시간을 보내던 중딩들의 어느 겨울날,


유성우, 별똥별이 떨어진다는 뉴스에 몇몇 친구들이 흥분했고, 

우리는 공부를 마친 후, 늦은 새벽에 담요를 챙겨서 중앙공원에 가기로 했다.

별똥별에 대한 기대보다는 친구들과의 새벽 일탈에 신나서

공원 한복판의 시멘트 바닥에서 깔깔대며 고요한 정적을 깨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고개를 돌리다 초점이 맞은 까만 하늘에서 천천히 떨어지는 별 하나를 봤다.



* 별 1
- <천문> 빛을 관측할 수 있는 천체 가운데 성운처럼 퍼지는 모양을 가진 천체를 제외한 모든 천체. 천문학적으로는 태양이 포함되나 일상적으로는 포함되지 않는다. 밝기는 등급으로 표시한다.
- 위대한 업적을 남긴 대가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머리를 세게 얻어맞거나 부딪혔을 때 또는 현기증 따위가 날 때에 눈앞에서 불꽃처럼 어른거리는 것

* 별 2

- 보통과 다르게 두드러지거나 특별한






하늘을 바라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낮의 파아란 하늘, 별이 가득한 밤하늘. 


겨울의 밤하늘은 많은 기억이 있는데,

매일 더위를 온몸으로 맞는 한여름에는 하늘을 올려다볼 여유가 없나 보다. 

가고 싶다고 노래만 부르던 천문대를 진짜 가기로 결심했다. 






영월읍 천문대길 397

봉래산 800m 정상

별마로 천문대





면허 취득 8개월 쪼렙 드라이버는

봉래산을 오르는 1차선의 꼬불꼬불한 길을 오르며

내려올 일이 벌써부터 걱정이다. 

설상가상 부릉이 밥도 떨어져서 경고음이 울린다. 

내려갈 수는 있겠지 뭐..



천문대 우측 계단을 오르면 봉래산 정상 전망대가 있다. 

봉래산 정상

요렇게나 멋지다.

영월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소백산 능선이 둘러싸고 있어서 장관입니다. 절경이고요.

신이 주신 선물이네요.



패러글라이딩


이 곳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기 때문에 주위의 나무를 제거했나 보다.

그래서 마치 비행기를 탄 듯 내려다보이고 트여있구나.


본인의 인증샷

사진을 찍어봅니다. 데헷-




봉래산에서 바라 본 일몰


해가 넘어갔다. 

별을 봐야지. 





우리의 천문대 관람 예약 시간은 20:30



천체투영실 입장.


북극성 찾는 방법을 시작으로

여름철 밤하늘을 투영하여 대삼각형을 찾아간다. 


Summer Triangle


거문고자리의 베가(Vega),

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Altair),

백조자리의 데네브(Deneb)


각 별자리에 얽힌 신화도 간략하게 듣고, 

전갈자리까지 보고 나니 빨리 관측을 하고 싶어 졌다. 




별마로 천문대의 주관측실(좌), 보조관측실(우) - 사진 출처: 별마로 천문대 공식 홈페이지(https://www.yao.or.kr)


관측실에 입장하면 돔 뚜껑이 뙇! 열린다. 

우리의 눈을 어둠에 적응할 수 있게 불을 끄고 각각의 망원경이 맞추고 있는 천체에 대해 설명해준다.

조용한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없던 사랑도 샘솟는다. 





관측한 천체는 다음과 같다.


알비레오(Albireo)

베가와 알타이르 사이를 보면 밝은 별이 하나 보이는데 백조자리의 별인 이 알비레오는 이중성(쌍성)이다.

나의 첫 관측 별! 

망원경으로 들여다보니 파란 별과 주황 별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예뿌다. 


화성(Mars)

요즘 유난히 밝다 싶었는데 15년 만에 지구와 최고 가까워진 화성 대접근 시기라고 한다. 

덕분에 목성과 토성도 같은 시간에 볼 수 있는 드문 기회를 얻었다.

Lucky!


목성(Jupiter)

주름도 봤다.

목성은 좋겠다. 주변에 위성도 많고-


토성(Saturn)

오.. 레알 토성...

그 교과서에서나 보던 토성을 봤다. 렌즈에 스티커 붙인 것 같은데!

현실감 너무 없던 토성, 하지만 넘나 아름다운 고리!


달(Moon)

하아.. 마지막으로 망원경에 다가갔는데, 

처음에 내 눈의 초점이 잘못 맞아서 허옇게 보이다가

가까이 다가가면서 렌즈 속의 달을 봤는데

달의 분화구가 서서히 보이면서 소름이 끼쳤다.

그 순간이 너무 좋았다. 

오직 나만을 위한 시간같아서. 

반달, 하프 문, D



감동 그 자체의 관측을 마치고

토성 스티커 얘기를 나누며 봉래산 정상에 다시 들린다. 



깜깜한 밤하늘과 불빛들, 그리고 달과 별.


오길 잘 했다고 스스로 백번 칭찬했다.

딱 오늘 오길 잘했다고.







내가 올려다보지 않아도

지금도 별은 잘 돌아가고 있겠지. 


더욱 자주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아니, 

밤하늘에 떠 있는 나만의 별을 또 만나러 가야지. 

별. 하늘. 밤. 




끝. 

작가의 이전글 돝고기 50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