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모든 것은 두근거린다.

Off the track, Out of the comfort zone

by 오영호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두근거린다. 씨앗은 땅속에서 두근거리고, 꽃은 햇빛을 만나 두근거리고, 물방울은 구름을 만나 두근거리고, 나무는 바람을 만나 두근거리고, 나는 당신을 만나 두근거린다. 두근거림 속에는 호기심과 두려움이 있다. 그리고 그 두근거림 속에서 우리는 성장한다.

권대용, 「두근거림」 중에서 -


IB학교에서 근무하면서, 그동안 피상적으로만 생각해 왔던 ‘교육의 본질’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전의 나는 학생들의 진로와 진학을 돕는 것이 교육의 핵심이라고 믿었던 교사였다. 학생들이 원하는 진로를 찾아 더 나은 대학에 진학하도록 돕는 일이 나의 교사로서의 사명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교육학과 각종 연수를 통해 교육의 본질에 대해 접할 기회는 있었지만,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진로진학’이 가장 중요한 목표로 자리 잡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IB라는 새로운 교육 환경 속에서 나는 기존의 교육관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여러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가 않았다.


우리는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교육을 해 온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최근 강조되고 있는 ‘미래교육’에 대해 돌아볼 필요가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코딩 교육이 강조되었고, 코로나19 이후에는 온라인 수업이 빠르게 확산되었다. 그 과정에서 블렌디드 수업, 메타버스 활용, 거꾸로 수업,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 활용 등 새로운 교수·학습 방법들이 등장했다. 그리고 현재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교육이 또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들을 바라보며 한편으로는 우려스럽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이 또 하나의 ‘유행’으로 지나가는 것은 아닐까?

왜냐하면 우리는 종종 교육의 내용보다는 형식과 방법에 더 집중해 왔기 때문이다. 마치 교과서의 핵심 내용을 깊이 이해하기보다 문제풀이에만 집중할 때 본질을 놓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우리는 ‘미래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교육의 본질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진정한 미래교육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본질로 돌아가는 데서 시작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교육의 본질은 무엇일까?


그것은 개인과 공동체의 ‘전인적인 성장과 변화’이다.

어쩌면 너무 익숙하고 당연하게 들리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더 새롭고 멋진 답을 찾으려다 오히려 본질에서 벗어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거창한 방법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학생과 교사가 스스로 생각하고, 주도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기다려 주고, 필요할 때 곁에서 도와주는 것—그것이 핵심이다.


그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를 위해 우리는 학생들이 ‘지름길(fast track)’이 아니라 ‘시행착오(trial and error)’의 과정을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나는 학생들의 진로를 상담하고, 적성에 맞는 학과와 대학을 추천하며 비교적 빠른 길을 안내해 왔다. 학부모님들 또한 자녀에게 안정적인 진로를 제시하고, 그에 맞는 준비를 지원해 왔다.


이러한 선택은 분명 단기적으로는 안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실패나 어려움을 마주했을 때, 스스로 해결해 본 경험이 부족한 학생들은 쉽게 흔들릴 수 있다. 결국 다시 누군가의 도움에 의존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보고서 작성을 예로 들어보자. 일반고에서는 학생 및 자녀의 성공을 위해 3학년 1학기까지 최소 3-4개의 탐구 보고서를 작성하고 제출할 것을 강요한다. 짧은 시간 동안 주제 선정과 개요작성, 실험 및 통계 분석과 내용 정리, 그리고 결론까지 해내야 한다. 그러면 남들이 우러러보는 대학 및 학과에 진학하기 쉬워진다.


반면, IB 교육에서는 정답을 빠르게 찾는 것보다, 스스로 탐색하고 성찰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긴다. 일반고의 탐구 보고서 작성에 해당하는 소논문(Extended Essay) 작성을 통해 한 가지 주제를 깊이 있게 탐구하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한다. 주제 선정부터 개요작성, 그리고 4000자에 이르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교사는 단 3번의 피드백을 주고 나머지는 학생 스스로 수행해 나간다.


이러한 과정은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 있지만, 학생들이 스스로 방향을 설정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기르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누군가가 이끌어 주는 길은 빠르고 안전하다. 그러나 스스로 길을 찾는 경험은 더디지만, 주도성과 성장의 힘을 길러 준다.


둘째, 우리는 학생들이 ‘안전지대(comfort zone)’를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초등학교에서 정글짐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왜? 아이들이 다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치는 일을 걱정하랴 아이들을 편안함 속에서만 키운다면 그들에게서 더 큰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정글짐의 사례처럼 오늘날의 환경은 점점 더 안전하고 편리해지고 있으며, 아이들은 위험을 감수할 기회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중 고등학교에서도 실패를 경험하지 않으려는 분위기 속에서, 작은 실수조차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특히 평가와 관련해서 불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면 용납할 수 없다. 그것이 학생의 잘못이든, 학교의 잘못이든 간에 말이다. 마치 대입 이후의 긴 인생의 관점에서 보면, 지금의 시행착오와 실패는 오히려 더 큰 성장을 위한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음을 잊어버리고 20살이 아이들이 인생의 종착지인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이처럼 지나친 안전 추구와 빠른 성과만을 강조하는 문화는 오히려 아이들의 성장을 제한하고 있다. 안정적인 길만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스스로 길을 찾는 힘을 약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지금도 부모들은 자신들이 살아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fast track 위를 아이들이 걷도록 강요하고 있다. 길 위에서 벗어나는 일(off the track)은 곧 사회적 낙오와 실패로 연결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용납할 수 없다. 안정 그리고 안전만이 남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그들이 발견한 자녀들의 이상적인 삶의 형태는 의사와 같은 전문직으로 한정되어 버렸다. 다른 길은 모두 불안하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우리는 아이들이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하고, 때로는 길을 벗어나 보기도 하며, 스스로 삶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지지해 주어야 한다.


진정한 성장은 익숙함을 벗어나는 순간(off the track, and out of the comfort zone)에 시작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이제 우리는 조금 더 기다려 주고, 믿어 주어야 할 때이다.


“자신의 안전지대를 벗어나자.” (Step outside of your comfort z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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