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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호 Jul 01. 2017

매미의 꿈

스무살이 우리의 마지막은 아니지 않나?

신해철의 노래 중 '매미의 꿈 part 4'가 있다.

그 가사는 다음과 같다.


엄마 왜 세상은 이런거라고
미리 말해 주지 않았어
정신이 드니 난 어른이 됐고
한참 뒤떨어져 버렸어
아무리 제대로 살려고 해도
남들은 모두가 반칙을 해
항상 나 할 일을 말해 줬잖아
나 혼자 뭘 할수 있어

선생님 제게 가르쳐 주신 건
모두 거짓말이었나요
책에서 본 것과 세상은 달라요
그때도 알고 계셨었나요
어른이 될 때까지
아무 생각도 하지 말라 했었죠
지금은 그게 습관이 됐어요
아무런 생각이 없어

*단 한 번만이라도 날개를 펴고
남들 다 보란 듯이 날고 싶지만
내가 못난건지 세상이 이상한지
겨울에 깨어나버린 매미같아
마음대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지
세상 돌아가는 꼴은 마음에 안들지
하지만 달리 내겐 할 일도 없다
가진 것은 남아도는 시간들 뿐

아빠 왜 내가 뭘 물어 볼 때면
그런 표정을 했었나요
늘 지친 표정 귀찮은 말투
그것밖에 기억이 안나요
이제 조금씩 난 이해해요
거울에 비친 내 얼굴 때문에
점점 난 그 표정을 닮아가요
정말로 싫지만


  교사가 되기 전에 나왔던 노래였다. 신해철의 그룹 NEXT가 해체되고 그가 영국으로 음악 유학을 떠난 후 Monocrom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앨범을 발표했었는데 그 앨범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였다.(타이틀곡은 '일상으로의 초대') 그때는 가사보다는 특유의 사운드와 그전과 달라진 보컬이 매력적이어서 자주 들었던 노래였다.


  그러나 교사가 되면서 이 노래는 내 교육 가치관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노래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특히,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 내용과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이 세상과는 무척 달라 혼돈스럽다는 부분이 교사로서의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우리 교육은, 우리 교사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주어야 하나?

  물론 교과서를 배우는 이유 중 하나는 사회 생활을 영위하는데 최소한의 기본적 지식을 배우고 졸업했을 때 도움이 되고자 하는 이유도 있다. 예를 들어 벤담의 공리주의 등을 통해 왜 정치가들이 다수의 행복을 위한 정책을 먼저 추진하는지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체육시간의 축구시합을 통해 경쟁심, 협동심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사소한 문제들이 있긴 하지만 완벽히 잘 돌아가며 정의가 살아있고 내가 힘들면 도와줄 수 있는 구조가 충분히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치 어렸을 때 봤던 만화에서는 언제나 정의가 이기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졸업할 때 부터 우리는 느낀다.


 입시에 실패하면 졸업식에 오기 싫고 왠지 패배자 같고 모두가 나에게 손가락질 할 것만 같은 느낌부터 시작이 된다.

 그리고 대학에 입학한 친구와 그렇지 못한 친구 간의 보이지 않는 신분 차이...

재수생들이 겪는 정체성 혼란...(대학생도 아니고 고등학생도 아닌 모습 때문에)

또한 대학 들간의 서열문화로 인한 보이지 않는, 아니 확실히 보이는 차별적 구조로 인한 끊임없는 패배자같은 마음...

 마지막으로 직업과 돈이라는 자본주의적 구조 안에서 금수저와 흙수저로 대변되는 계급차이...

 이 모든 것들은 학창시절 때는 어느 누구도 잘 말해주지 않는다. 물론 암암리에 좋은 직장, 좋은 대학가야 사람 대접받는다는 말로 압박을 가하며 시나브로 느끼도록 말해주긴 하지만..

그렇다고 사회가 이렇게 부조리하고 정의가 사라졌고 불평등하다는 것을 말해주지 않는다.


  마치 다 크도록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존재한다는 것을 믿게 하여 순수한 마음을 오래 간직했으면 하는 부모님 마음처럼 말이다. 하지만 언제가는 알게 될 것이다. 그 할아버지는 없고 경제력에 따른 부모님에 따른 선물의 크기 차이만 있다는 것을.


 교육의 기능론과 갈등론 처럼 거창한 교육학적 담론을 끄집어 내고 싶지는 않다.

다만 교사로써 아이들에게 지금 배우는 내용과 사회 현실과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는 방안을 더 논의해보고 싶은 마음 뿐이니깐.


 그런 의미에서 진로 진학에 대한 교육이 '자유학기제' '진로수업' 등을 통해 강화되는 현상은 무척 반갑다.

그 전까지는 점수에 맞춰 대학을 진학했었는데 조금이나마 요즘 학생들은 어른들의 기존 기준에서 벗어나 다양한 진로를 선택하고 있다.

 요리사, 게이머, 응급구조원, 관광 가이드 등 다양한 진로에 대해서 알고 있는 학생들을 보면 확실히 격세지감을 느낀다.


 아울러 사회 현상에 대한 공부를 더욱 강화했으면 한다.

 물론 교과목마다 다양한 수행평가 및 자료 등을 통해 수업이 이루어지고는 있으나 교사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요번 대선에 대한 생각 공유, 국정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원인, 비정규직들의 소리없는 외침, 갑을 사회에서의 불공정성 원인 등을 탐구하며 사회에 내딛기 위한 준비를 해보자는 것이다.

하다 못해 요즘 강조하는 스토리텔링 수학 등을 이용해 좀 더 현실적인 수학문제를 다루어보자. (솔직히 스토리텔링 수학...누구 아이디어인지 모르겠다. 학문적 검증은 제대로 된 건지도 모르겠고, 스토리가 과연 개연성이 있는 것들인지도 의심스럽고....) 도로의 곡선 부분이 수학의 미적분 등을 이용한 것이라던가, 주식 그래프가 무슨 공식으로 이루어진건가 등에 대해서 논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영어 역시 youtube 나 영화 등을 이용하며 보다 authentic (진짜) 한 내용의 수업이 이루어질 필요도 있다.

(물론 이러한 수업방법 및 내용들은 지금 충분히 교육현장에서 다루어지고 있기도 하다.)


 결국 학교와 우리가 사는 세상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다 직관적으로 가르치고 배우며 느끼고 공감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지금 필요하다.

  공부보다는 내 꿈을, 그리고 즐길 수 있는 거리가 더 중요함을, 마지막은 내가 세상과 소통할 준비가 되어있음을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


 나부터 반성해본다. 그저 수업시간에 지문과 연관된 내용이 나오면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얘기하는 경우가 더 많아서 체계적이지 못했음을 말이다. 그리고 보다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지 못했음을 말이다.


 매미는 단 한 번의 여름날의 비상을 위해 그 힘든 시기를 유충상태로 기다린다.

그리곤 처철하게 울며 소원을 이룬다.

그러나 깨난버린 시기가 여름이 아니라 만약 겨울이라면?


혹독한 세상을 견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매미가 과연 우리의 학생들의 모습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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