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학년도 대입제도의 변화를 생각하며
고교학점제가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된다. 고교학점제란 학생들이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하여 이수하고 누적학점이 기준에 도달할 경우 졸업을 인정받는 제도를 일컫는다. 그렇기에 지금의 고교상황에서는 고교학점제의 일부 특징만 실현되고 있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서 제기되는 문제들은 과목 선택의 어려움, 학교 간 과목 선택설계의 격차, 학교 공간의 차이, 교사 수급문제 등이 있지만 이 부분들은 현재 노력하고 있으며 개선되고 있어 여기서는 다루지 않겠다.
약 20년 전에도 7차 교육과정에서 절대평가 도입과 더불어 최소성취 수준에 미도달이 예상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방과 후 혹은 방학 동안 가르쳤었지만 실패했다. 그리고 그 제도를 다시 도입하겠다는 것인데, 과연 유급을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인가라는 문제가 예상된다.
결국 유급제도가 없다면 학교는 또 하나의 일거리가 생기는 셈이다. 미도달이 예상되는 학생들을 가르치지만 그 학생들이 국어만 미도달이 아니라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모두에서 미도달이 될 확률이 높아 물리적으로 보완할 시간이 부족할뿐더러, 보강수업을 거부해도 교사는 안내만 할 뿐이고 당연히 이수처리되는 과정으로 가기 마련이다. 결국 고교학점제 제도의 정의의 한 축이 흔들리게 된다. 교육부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학교가 최선을 다해 미이수로 인해 졸업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하고 있을 뿐이다.
즉, 1학년 내신은 상대평가, 2-3학년은 A부터 E까지 성적이 나오는 절대평가로 이루어지며 특히 2-3학년은 주로 선택과목에 의한 학교수업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결국 지금의 수능 시험 방식과 범위는 이를 반영할 수 없기에 대대적인 손질이 이루어지리라 짐작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의 고교 생활 과정을 중시하는 철학을 담고 있는데 수능이라는 시험제도는 과정보다는 대입 입시 결과에 초점을 맞춘 성격이기에 충돌 현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고교 3학년 2학기 교실 수업을 본 적이 있는가? 한 반에 5명 정도만 있고 나머지는 결석상태이다. 학교 와서 조회, 종례 시간, 청소 시간, 행사 시간, 동아리 활동 시간조차 아까워서 집이나 독서실에서 공부하겠다는 것이다. 이게 정상적인 교육으로 보이는가? 선생님의 수업방식이 문제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수능이라는 거대한 인생 한 방 찬스라는 구조적 환경이 고교 생활을 지배하고 있기에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정상적이라면 고교 3학년 2학기에도 수업을 듣고 대학을 가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으면 3학년 2학기에서의 과목 선택은 다양한 과목선택이라는 고교학점제의 취지와 요원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대안은 수능의 자격고사화 내지 수능의 절대평가 방안으로 알고 있다. 즉 , 고교 1-2학년 수준에서의 수능으로 변모하고 수능 점수 역시 대학 정시에 반영되는 하나의 전형 요소로 활용되도록 하는 것이다. 내신에서 영어가 4등급을 받은 학생이 수능점수는 1등급을 받아 내신의 불리함을 만회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정시를 수능 하나로만 반영하지 않고 고교 전반의 과정을 들여다보기 위해 학생부, 수능, 그리고 대학별 고사(면접 등)를 골고루 활용할 수 있다. 물론 이는 예상이지만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다만 이럴 경우 문제는 내신을 망친 N수생들이거나 의대 진학을 꿈꾸는 학생들일 것이다. 이 부분은 개인의 욕망 차원이라 좀 더 논의할 필요가 있어 추후에 다시 다루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