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교육을 한다고 하면 누군가는 특이한 일을 한다며 신기하게 본다. 신기하게 바라보며 왜 이일을 하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종종 있다. 그럴 때면 내가 이 일을 왜 시작하게 되었고 어떤 마음으로 하고 있는지 대답한다.
나에게는 이 일을 꼭 하고 싶고, 해야 하는 소명이 있다.
나의 강의를 통해 사람들이 성에 대한 관점을 넓히고, 성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갖게 하고, 성을 잘 사용하여 인생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것이 일차적 목표이다. 더불어 성이 잘못 쓰였을 때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는지 알리며, 나 같은 성폭력 피해자가 한 명이라도 줄어들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내가 이 일을 시작한 이유이다.
처음부터 성교육을 한 것은 아니다. 학부전공은 경영학이었다. 대학 졸업 전 후로, 승무원이 되려고 국내외 항공사 할 것 없이 수십 번 면접을 보러 다니던 취준생 시절이 있었다. 졸업 후 시간은 흘러 승무원은 준비는 잠시 접어두고 신생 무역 컨설팅 회사 말단 사원으로 취직했다. 나의 첫 직장이었다(파트타임, 인턴쉽 제외). 무역업무에 큰 뜻이 있었던 것은 전혀 아니고 어디라도 들어가서 일을 좀 하자는 심산이었다.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회사가 망해서 4개월 만에 내 발로 나와야 했다. 월급도 다 못 받고... 처음부터 회사는 제대로 된 비전과, 무엇을 하겠다는 명확한 목표가 없었다. 나는 아직도 그때 그 대표가 무슨 생각으로 만든 회사인지 모르겠다.
첫 직장 퇴직 후, 전국 팔도에 있는 중소기업 면접이란 면접은 다 보러 다녔다. 내 인생 차가운 기억 중 하나이다. 그러던 어느 날 대학교수님께서 인천공항 VIP 의전팀에서 신입사원을 채용한다고 전해온 말씀이 기억났다. 그렇게 면접을 보고 직장다운 직장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정상을 맞이하는 일
인천공항 VIP 의전팀은 국, 내외 3부 요인을 의전 하는 일을 한다. 전, 현직 대통령, 국회의장, 국무총리, 장관이 주 고객이며, 평생 티브이에서만 보던 정치인을 원도 없이 보았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도 '이 일은 내가 평생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겠구나.'는 생각이 항상 들었다. 결혼해서 일하고 있는 여자 선배도 없었지만, 무엇보다도 내 마음 한편에서는 항상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렇게 공항일을 하면서 성교육 강사의 길을 찾아 시작하게 되었다. 한때 대한민국에 성교육 바람을 일으켰던 1세대 스타 강사 구성애 선생님이 계신 푸른 아우성에서 성상담과 전문강사 과정을 수료하고 파트타임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스케줄 근무환경상 휴무날이 일정하지 않은 단점이 있지만, 평일에 쉬는 날이 더 많아, 쉬는 날이면 강의를 할 수 있어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하지만 심리학에 대한 지식이 없이 열정만으로 온라인 성상담과 성교육을 하기에는 한계가 느껴졌다. 어렵게 시작한 일 제대로 해내고 싶었다. 제대로 해서 더욱 많은 사람을 만나고 돕고 싶었다. 그렇게 의전팀에서 만 3년을 꽉 채우고 대학원 진학을 위해 퇴사했다.
성교육 강사과정 수료
서울여자대학교 특수치료 전문대학원에는 우리나라에 유일한 여성 및 성 심리전공이 있다(지금은 사라졌다ㅠㅠ). 학부 전공이 심리학이 아니었기 때문에 대학원 첫 1년은 심리학 학부 수업까지 들어가며 밥 먹을 시간도 없이 하루 종일 공부만 했다. 학교 갈 때 김밥 2줄 사서 아침에 한 줄 먹고 점심에 한 줄 먹어가며 공부했다. 새벽 2시 3시에 자는 건 일상이었다. 공부뿐만 아니라 상담센터와 정신병원 등에서 지속적으로 일하며 상담훈련도 했다.
첫째 아이 세포분열 중
대학원 공부하면서 일을 병행할 수 없었기에 푸른 아우성일은 잠시 접게 되었다. 사실 그렇게 푸른 아우성과의 인연은 끝이 났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여전히 친정 같은 곳이다.
내가 겪었던 아픔이 이제는 큰 원동력이 되어 나를 이끌어 가고 있다. 그 아픔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기에... 이제는 열정뿐만 아니라 성과 심리에 대한 풍성한 지식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풍성한 강의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