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건 반사적 드링킹
2022. 10. 09.
9월 30일 이후 열흘이 지나도록 달리기를 못 하고 있다.
10월 1-3엔 연휴니까 푸욱 쉬고
4일부터 7일까지는 시험 기간 빡쎈 스케줄로 인해 달리기는커녕 요가도 못 갔고
8일부터 오늘을 지나 내일까지는 또 연휴니까 푸욱 쉴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어제 오후부터 복통과 몸살에 시달리고 있다.
전날 마신 맥주가 원인인 듯하다.
코로나 확진 이후 맥주가 영 안 받는 듯했지만,
아들과 <수리남>을 보며 즐기는 맥주타임을 거부하는 건 J가 아니다.
어제 약 먹고 종일 자고 나니
오늘은 열도 내리고 몸살기도 거의 없어졌는데
배는 여전히 살살 아프다.
배 전체가 마치 속근육에 알이 밴 것처럼 아프다.
팽만감도 있다.
장폐색인가 싶어 검색해보니 다행히 아니다.
장폐색이 이렇게 하루를 넘겼다면 J는 이미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에 누워있었을 것이다.
이 정도 통증에 머물지도 않았을 것이다.
뜬금없이 웬 장폐색이냐고?
J가 과거 장폐색을 앓았을 때의 복통과 유사했기 때문이다.
뭔가 답답한데, 복부는 팽창되어있고, 한 번씩 찌르는 듯한 통증이 올라오는 증세.
그렇다고 데굴데굴 구를 만큼 아픈 것은 아니고 가스도 나오니 폐색이라고 하긴 과하다.
장에 탈이 나서 움직임이 둔하거나 부풀어있는 것 같다.
그러니 맥주를 의심할 밖에.
아무튼...
이런 몸으로 달리기를 시도할 수는 없으니 이번 연후 역시 푸욱 쉬면서 보내고 있다.
그렇다면 달리기 공백기에 드링크도 공백?
그럴 리가.
지난 연휴 2일과 3일에 매일 각 1병.
이번 금요일 낮에 낮술 석 잔. 밤에 맥주 대여섯 잔.
평일에 마시지 않았으니 술이 꽤 줄은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연휴 직전 9월 30일.
달리기와 요가를 마치고 집에 와 마시기 시작한 막걸리가 두 병을 넘겼다는 것.
곧 시작될 시험 기간에 대한 기대와
선선해지는 날씨와
일주일을 잘 보냈다는 만족감에
막걸리가 술술 들어갔다.
결국 치사량을 넘겨버렸다.
그리하여
야밤에, 이미 치사량을 넘겼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굳이 바람 쐬러 밖에 나갔다.
가로 공원 벤치에 앉아 가을 밤바람을 시원하게 마실 때까지는 괜찮았다.
그래, 세상 뭐 있냐. 이렇게 기분 좋으면 된 거지! 흐흐흐
한껏 업된 기분으로 일어나다가
다리가 휘청 하더니 철퍼덕하고 엎어져버렸다.
왼쪽 뺨과 입술에 충격을 느꼈는데
술에 취해서인지 별다른 통증도 못 느꼈지만 땅과 얼굴이 분명 맞닿았다.
캐롤라인(캐롤라인 넵, <드링킹>)처럼 아기라도 안고 있었다면
그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 왼쪽 팔 골절되고 도가니가 아스러졌을 것이다.
그마저 해낼 정신이 없었다면 죄 없는 아기에게 뇌진탕이라는 치명적인 선물을 주었을 것이다.
담날 일어나 보니 왼쪽 입술이 부풀어 있었다.
이 정도면 어디 부딪혔다고 대충 둘러대면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하루하루 지날수록 입술이 검게 변해가고 왼쪽 뺨도 슬슬 검은빛을 띠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한 대 맞은 얼굴이 돼가고 있었다.
J가 알코올 중독인지는 모르겠으나 알코올 사용 장애가 있음은 분명하다.
한밤중에 술 취해 돌아다니다 엎어져서 얼굴에 상처까지 냈다는 것을,
알코올 사용 장애가 아닌 다른 어떤 말로 설명이 가능할까?
30일에 그리 마시고도 1일 단 하루 쉬었다.
전날 땅바닥과 격하게 인사한 몸으로 다음날 연속 드링킹을 할 수는 없었기에 1일 하루는 쉬고,
2일과 3일 매일 1병씩 해치웠다.
집안일할 때 맨 정신으론 너무 재미없고 지루하다.
J에게 있어서 일과 알코올은 거의 조건 반사다.
양파 까기와 같은 단순한 노동에도 알코올이 간절해진다.
이것은 일 사용 장애일까, 알코올 사용 장애일까?
일과 알코올의 연결 고리를 끊을 묘책을 찾는다면 뭔가 달라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