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교한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그 시간이 내게 소중했었음은 변함이 없지만
어느새 2월이 되었다. 오늘부터 학원 수강을 신청했는데 까맣게 잊었다. 학원을 가는 대신에 머리 파마를 했다. 파마를 하고 나니 머리가 훨씬 나아졌다.
그리고 은행 계좌랑 체크카드를 새로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아직 미성년자라서 참 많은 게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스무 살인데도 아직 만 나이로는 미성년자라니! 참 이도 저도 아닌, 어른과 아이의 간극에 끼어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내가 제대로 성년이 되는 내 생일날에는 내가 한국에 있지 않을 터였다. 내 생일이 조금 더 빨랐더라면 좋았을 걸!
그렇게 내 신분증 확인을 위해 여권을 가지러 집으로 올라가려던 때쯤이었다. 휴대폰으로 온 카톡을 보고 나도 모르게 순간 멈칫했다- 고 하기에 그보다는 조금 더 놀랐고, 아예 굳어 버렸다 - 고 하기에는 조금 덜 놀랐다. 딱 내가 느낀 적당한 만큼의 기분을 표현할 말이 떠오르지 않지만, 잠시 놀랐다는 말이 그나마 가까울 것 같다. '그 작자'한테서 연락이 왔기 때문이었다.
그는 내가 많이 좋아하고 친하게 지내던 중고등학교 친구였다. 그런데 고등학교 3학년 때 대판 싸우고, 이런저런 마음의 앙금이 남아서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절교(絶交)를 했다고도, 절연(絶緣)을 했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는 내게 대뜸 카톡으로 내게 졸업식 때 올 것인지 물어보았다. 돌이켜보니 연락을 그냥 씹었어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최대한 간결하지만 예의 없지는 않은 말투로 대답을 해버리고 말았다. 마음이 약간 흔들렸던 탓이기도 할 거다. 마음이 아예 동하지 않았다고는 못한다.
관계를 끊은 데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으니 그 다짐을 지키고 싶었다. 그래서 그런 다짐에 연락을 다 끊었지만 여전히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만에 하나 대면할 일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자와 함께 했었다고 생각한 그 모든 시간이 하루아침에 이리 변질될 수 있다는 게 참 씁쓸하고 슬펐다. 그 시간이 내게 소중했었더라는 사실이 변할 수가 없으니까 더 그랬다.
그리고 매번 아주 조금은, 그래도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지 않을지 - 아니, 그건 어렵더라도 - 적어도 아는 사이 정도로는 둘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약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특히나 한참이고 연락이 안 왔던 사람에게 갑작스럽게 연락이 올 때는 더더욱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오늘과 같은 연락에 나는 마음이 흔들려서 어쩌면, 아주 어쩌면 내가 사람을 잘못 판단한 건 아닐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잡고 싶었던 거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없는 것 같아 마음을 굳건히 먹고 그를 멀리 하려고 했다. 하지만 사실은 그 존재가 여전히 나를 두렵게 했다. 그를 더 이상 볼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마주치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 고 (당시에 나는) 생각했다.